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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흑치상지) 죽음Ⅱ  
노성매

 

「동아시아 불세출의 명장, 흑치상지」

        -나라를 지켜 주군의 위엄을 드러내다

 

 

689년 흑치상지는 악귀 주흥의 무고로 모반죄로 체포되어 옥에 갇혔다.

그리고 음력 10월 9일 무오일에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음력 9월 戊申日 이후에 체포된 기록이 나오는데,

그가 죽은 10월 戊午日에서 戊申日까지 계산해보면,

9월 29, 30일 경에 하옥된 듯하다.

 

신당서.

무오일에 우무위대장군 흑치상지와 우응양위장군 조회절을 죽였다.

戊午 殺右武威衛大將軍黑齒常之 右鷹揚衛將軍趙懷節

 

자치통감.

주흥 등이 우무위대장군 연공 흑치상지를 모반으로 무고하였는데,

죄를 묻기 위해 하옥했다.

겨울 10월 무오일에 상지가 목이 졸려 죽었다.

周興等誣右武衛大將軍燕公黑齒常之謀反,征下獄。冬,十月,戊午,常之縊死

 

‘상지액사(常之縊死)’를 ‘스스로 목을 졸라 죽었다’로 해석하여

그의 자살론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번장(番將)의 말로를 비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반죄로 하옥되는 순간부터 죄수들의 손발은 자유롭지 못하다.

목에는 칼, 손과 발에는 철삭으로 된 추, 질을 채운다.

혀를 깨물지 않는 한 자살할 기회조차 없다.

 

그해 8월부터 10월까지 신당서와 자치통감은, 연일 ‘살(殺)’로 이어지는 끔찍한 죽음의 기록이다.

 

686년 11월 흑치상지에 의해 진압되었던 서경업 난의 여파가

689년에 이르러 또다시 낙양에 피바람을 일으켰다.

 

경업의 난이 토벌되고,

사로잡힌 동생 경진이 숙주로 유배를 갔는데, 도주하여 돌궐로 달아나려고 했다.

그런데 하북 정주(定州)에서 붙잡혔다.

경진이 달아날 수 있도록 도와준 자가 누구냐를 문책하는 와중에,

숱한 조야 인사들이 연좌 내지 무고로 죽음으로 내몰렸다.

 

신당서.

………

10월 계축에 양주도독 이광의를 죽였다.

         정사에 섬주자사 유연경을 죽였다.

         다음날인 무오에 우무위대장군 흑치상지와 우응양위장군 조회절을 죽였다.

         다음날인 기미에 종실 악주자사 정왕경 등 6인을 죽였다.

………

閏月甲午,殺魏玄同、夏官侍郎崔詧。

       戊申,殺彭州長史劉易從。

十月癸丑,殺涼州都督李光誼。

       丁巳,殺陝州刺史劉延景。

       戊午,殺右武威衛大將軍黑齒常之、右鷹揚衛將軍趙懷節。

       己未,殺嗣鄭王璥

                 殺宗室鄂州剌史嗣鄭王璥等六人[자치통감]

 


신당서와 자치통감을 살피다보니,

그의 죽음이 무측천의 뜻이었던가.

그런 의문이 남는다.

 

명재상 적인걸의 일화를 보면, 당시 무측천은 사후 보고만 받은 듯하다.

 

692년 적인걸은 악귀 내준신에 의해 옥에 갇혔다.

그는 고문도 받기 전에 내준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죄를 자복했다.

그리고는 아들을 통해 몰래 무측천에게 고소장을 올렸다.

무측천은 그제야 그가 감옥에 갇힌 걸 알고 그를 불러 물었다.

-역모를 왜 꽤했느냐

-자백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죽어 귀신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폐하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당시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악귀 주흥의 무고였다면, 자백강요에 응하지 않는 한 죽음은 피할 길 없다.

 

온갖 잔혹한 고문도구들이 피에 절어 있는, 죽음이 구원이었을 감옥 안 풍경.

그는 그곳에서 10여 일을 지냈다.

그리고 끝내 무복하지 않고 의연히 죽음을 맞이했다.

향년 60세였다.

 

천하가 그를 위해 슬퍼하였고

온 나라가 그의 재능을 애석해하였다.

 

天下爲之痛 海內哀其良

흑치상지묘지명

 

 

 

 

( 2019년 04월 05일 00시 19분   조회: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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