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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의자왕 이후) 취리산 회맹의 맹문(盟文)  
노성매

 



 

당의 유인궤(劉仁軌)가 지었다는, 취리산(就利山) 회맹의 맹문(盟文)은

삼국사기 신라본기 문무왕조,

구당서와 신당서의 백제전에 실려있다.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

읽어보면 회맹의 맹문이라기보다, 唐 칭송에 가깝다.

 

당이 이러이러한 관용을 베푸니 신라와 백제는 더 이상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이 맹서를 어기면 천벌을 받을 것이다.

 

그러한 미사여구들을 모두 제하고 뼈대만 놓고 보면, 북미 회담을 위해 부지런히 북한과 미국을 오가는 한국과 닮았다.

신라와 백제, 북한과 미국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다.

 

 

맹문의 내용은 오락가락이다.

백제왕 부여융과 웅진도독 부여융 사이에서 갈팡질팡이다.

 

1.부여융이 당 지배체제의 웅진도독으로 임명되었다면, 국가 간의 외교적 회맹은 당과 신라 사이에 이루어져야 한다.

전쟁이냐 화평이냐의 결정은 국가 최고통수권자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맹의 당사자는 부여융과 문무왕이다.

 

 

2. 맹문(盟文) 내용

 

기울어가는 나라를 다시 일으키고 끊어진 왕조를 다시 잇게 해주는 것은 옛 성군(聖君)들이 행한 법도였다…

그러므로 전 백제태자 사가정경 부여융을 세워 웅진도독으로 삼고, 백제의 제사를 받들게 하고 백제의 땅을 보존하게 한다.

興亡繼絶 往哲之通規 事必師古 傳諸曩册

故立 前百濟太子司稼正卿扶餘隆爲熊津都督 守其祭祀 保其桑梓

 

흥망계절(興亡繼絶):또는 부위계절(扶危繼絶)이다.

자의든 타의에 의하든, 왕조의 맥이 다시 이어질 때 쓰이는 구절이다.

 

끊어질 듯 위태한 왕조를 다시 일으켜 세우거나,

멸망시킨 나라라도 그 후손들로 하여금 제사를 받들 수 있게 나라를 다시 세워주던 고대 성군(聖君)들의 관용을 말한다.

주(周)가 은(殷)을 멸한 뒤, 주무왕은 은의 후손들이 제사를 받들 수 있게 宋나라를 세워주었다.

조선시대 백제조의 제사를 위해 흑치상지를 배향신하로 올리게 되는 것도, 이러한 전통의 한 맥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는 부여융이 백제의 왕통을 다시 이었다는 의미로 쓰인다.

 

 

:史書 필법으로 ‘왕위에 오르다’ ‘왕으로 세우다’로 쓰인다. 

 

*예:丙午六年 王崩 子赧王延 [난왕 연이 왕위에 올랐다]

         燕人共太子平 是爲昭王 [태자 평을 세우니, 이 분이 소왕이다]

 

부여융이 웅진도독이 되었다면 ‘立’이 쓰일 수 없다.

 

  守其祭祀 保其桑梓:흥망계절(興亡繼絶)과 연결된다.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 선대의 제사를 받들고, 백제의 땅을 보존하게 했다.

 

*상자(桑梓):詩經․小雅. 維桑與梓, 必恭敬止

뽕나무와 가래나무가 있는 고향.

부여융은 태자의 신분이었으므로, 백제의 땅을 의미한다.

 

 

사가정경(司稼正卿)

 

부여융이 당에 있을 때의 직책인데, 백제와 당의 관계를 의심할만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대사가정경(大司稼正卿), 삼국유사 태종춘추공 조와 구당서에는 사가정경(司稼正卿)이다.

 

구당서 44권 직관(職官)을 보면, 지금의 재무부장관에 해당된다.

 

司農寺漢初治粟內史,景帝改為大農,武帝加「司」字。梁置十二卿,以署為寺,以官為卿,隋為司農卿,龍朔二年改為司稼卿,鹹亨複也。

卿一員,從三品上。少卿二員。從四品上。卿之職,掌邦國倉儲委積之事,總上林、太倉、鉤盾、導官四署與諸監之官屬,謹其出納。少卿為之貳。凡京百司官吏祿給及常料,皆仰給之。孟春藉田祭先農,則進耒耜,季冬藏冰,仲春頒冰,皆祭司寒…

 

나라의 창고를 관장하고 창고에 쌓인 물품들을 위임받아 재정과 출납, 관리들의 녹봉 등을 담당하는 당(唐)의 중심 직책이다.

당의 모든 조세가 사농시(司農寺)로 모여들고, 사농시에서 쓰임에 따라 분배되었으며, 백관들의 월급 역시 여기에서 지급되었다. 그리고 계절에 따른 나라의 제사를 담당했다.

이 사농시의 장이 대사가정경 부여융이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외국인이 절대 접근할 수 없는 내직(內職) 중의 요직이다. 나라의 재정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직책이다.

 

고려시대의 사농시와 당의 사농시는 그 격이 다르다.

그런데 패전국 포로의 신분에서 1년도 되지 않아 唐 재정을 총괄하는 요직을 맡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더구나 백제 땅에서는 백제군이 잔류한 당군(唐軍)을 아사지경으로 몰며 압박하고 있을 때였다.

백제사의 또 다른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백제 말기의 역사에 대해 탐구해갈수록

당(唐)은 ‘기록으로 거대하게 부풀려진 나라’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만 쌓일 뿐이다.

 

 

 

 

 

( 2017년 01월 05일 09시 35분   조회: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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