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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신목(神木) ①  
노성매


곰을 신(神)으로 숭배하는 지역의 배경에는 대삼림지대가 있다.

1세기경까지 게르마니아의 헤르키니아 대원시림은, 어느 독일인이 두 달 동안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 대원시림은 로마의 키미니아 대삼림지대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인간의 거주지는 수목(樹木)의 바다에 점점이 흩어져있는 작은 섬으로 표현되었다.


프레이저의『황금가지』파스트로의『곰, 몰락한 왕의 역사』을 비교 참고해보면, 그 시대의 왕은 곰이었다.

게르마니아의 가장 오랜 성소는 숲이었으며, 숲의 중심은 성수(聖樹)였다.

거룩한 나무의 으뜸은 참나무였다.

그 외의 나무는 성수에 비하면 별 의미가 없었다.

숱한 나무들 중 하필 참나무가 신목으로 많이 지정된 이유는 당시 유럽을 뒤덮은 원시림의 주 수종이 참나무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숲의 가장 거대한 나무도 참나무였을 것이다.

숭배자들은 신목(神木) 앞에 모이고, 신목의 뿌리에 제물동물이 바쳐지고,

그 나뭇가지는 설교단의 역할을 했다.


그리스의 제우스,

로마의 주피터,

게르만의 도나르(Donar)와 투나르(Thunar),

스칸디나비아의 토르(Thor),

모두 동일한 참나무 신일뿐 아니라 비와 뇌성벽력의 신으로 숭배되었다.

슬라브족에서도 참나무는 제우스와 주피터의 복사(複寫)인 천둥신 페룬(Perun)의 신성한 나무였을 것이다.

리두아니아의 주신(主神) 페르쿠나스, 혹은 페르쿤스 역시 천둥 번개의 신이며, 제우스와 주피터와 흡사하다.


안데리다 대삼림지대를 배경으로 영국 켈트족도 참나무를 숭배한다.

한 그리스의 저자가 말하기를,

‘켈트족은 제우스를 섬기고 그들의 제우스 상(像)은 키가 큰 참나무다.’

… 예배의 의식은 ‘신성한 참나무의 숲’ 혹은 ‘참나무의 신전’이라고 하는 장소에서 열렸다.

                    『황금가지』제9장 수목숭배, 제15장 참나무 숭배 인용편집


위의 기록에 단군신화를 대입하면

신목이 곰의 상징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제우스나 주피터, 토르가 참나무로 상징화되어 곰신[熊神]으로 숭배되었다면,

환웅은 신단수에서 내려온,

즉 환인을 대리해 지상으로 현현한 곰 신의 사자(使者)이다.


단군신화 역시 대삼림지대를 배경으로 웅(熊)의 역사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우랄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우리말이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프레이저가 황금가지를 저서할 무렵까지도,

아무르 강변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민족들은 신의 사자로서 곰을 숭배했다.

훗카이도의 아이누족들이 곰을 신(神)으로 받들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보다 단군신화의 원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제례의식에는 빠짐없이 나무가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행하는 제례의식은 ‘곰보다 강해진 인간’에 의해 우리에 가두어진 후의 곰을 대상으로 한다.

곰이 인간의 거주지에서 쫓겨난 이후

원형이 사라지고 유습(流習)만 남은 것이다.


일본의 신(神) 카미(かみ)도 제우스나 토르와 마찬가지로 후대에 인격화된 곰 신이다.

환인이 인간화된 하느님의 모습으로 단군신화에 등장하듯이

고대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왕들이 제우스나 주피터의 후손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곰 신들도 참나무로 상징화되었다가

인간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十一世檀君道奚在位五十七年。

庚寅元年,帝命五加擇十二名山之最勝處 設國仙蘇塗 多環稙檀樹 擇最大樹 封爲桓雄像而祭之 名雄常。

[桓檀古記 檀君世紀]


경인 원년(BC 1891) 단군 도해는 5가에 명을 내려

12명산 중 최고 길지를 택하여 국선 소도(蘇塗)를 설치하고,

둘레의 많은 단수(檀樹) 중에서 제일 큰 나무를 택하여

환웅상(桓雄像)으로 봉하고 제를 올렸으니

이를 웅상(雄常)이라 했다.


단군시대에 단수(檀樹)를 환웅의 상징으로 받들어 5월과 10월에 제사를 지냈다.

유럽 역시 5월과 10월이다.

환웅상이 봉해진 성지(聖地), 소도 또는 수두는

켈트족의 ‘신성한 참나무의 숲’ 혹은 ‘참나무의 신전’이라 불리는 장소와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곰 숭배와 그 의례 방법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양상을 보이고,

단군신화는 그 일치되는 현상 속에서의 신화가 아닌 근원이 오래된 역사단계의 한 모습이다.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에 급급해하던 인간의 생존방식이

기독교나 불교, 유교가 등장하면서 인간의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기 전까지,

육신으로 표현되는 최강자,

곰이 세상의 중심이었고 인간들의 우상이었으며 극복의 대상이었다.

인간은 마침내 극복했고,

곰을 우리에 가둘 수 있었다.

그리고 밤새 뜬눈으로 황금가지[곰]를 지켜야했던 전사(戰士)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신목(神木)이 곰의 상징이 된 배경에는

‘곰은 나무를 좋아한다’

그 단순명쾌한 사실 때문이었다.


이후 제우스나 주피터, 토르가 인격화된 신으로 곰의 탈을 완전히 벗어던졌으나,

곰은 여전히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상징하고,

스위스의 수도 베른을 상징하고,

에스파니아의 수도 마드리드를 상징한다.





 

( 2018년 07월 08일 20시 45분   조회:291  추천: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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