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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금나무 미리보기  
환단서림

 

 

 

 * 소설 환단원류사 '님금나무'가 출간되었다. 본서는 '환단원류사'를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로 쓴 책이다.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 부도지의 핵심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말의 어원이 산스크리트였다는 사실을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꾸몄다. 상고시대에 국가를 다스리는 근본 이상으로 '물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환인 천제는 말한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모든 것에 평등하다. 군주가 먼저 자신을 낮추고 만백성이 물 같이 평등하도록 가르친다. 
 
 "나라를 다스리려는 자는 먼저 물부터 잘 다스려야 한다." 
 
 천웅 . 환웅 .지소웅 세 님금은 홍수를 다스리면서 백성을 사랑하고 평등하게 잘 다스리는 법을 깨닫는다. 그들은 각각 3천의 무리를 이끌고 신 개척지를 향하여 나아간다. 
 
 환단원류사 제 2권에 속하는 이 책은 우리 환민족이 동방의 부상국과 서방의 수밀이국까지 진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흑피옥 종족의 동북방 진출 과정과 멸종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이어 홍산문화가 탄생하게 된 과정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그렸다. 환웅 배달환국시대 이전에 한반도는 누가 살았는지도 알 수 있게 했다. 모두 역사적 고찰과 기후학, 지질학, 고문자학, 산스크리트언어학, 수메르 점토판 해독 등을 참고하였으므로 비록 소설이지만 역사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소설 환단원류사 '님금나무' 저자 박 민우)  

 
 
 
주문처 : 환단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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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자 : 환단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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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 주문 : 010-2875-3808
 
 
 
 



 
 3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도서 10권을 구입하시는 분에게 환단원류사 한 권을 무료로 드립니다. 이는 청소년을 교육 시키기 위해 단체로 구입하시는 분께 드리는 혜택입니다. 
 
 010-7752-0149 문자 후 15만원을 입금하시면 님금나무 열권과 함께 환단원류사 한권도 보내드립니다.(무료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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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저자 朴 民宇


 


 * 율곤학회, 천문해자학회, 천제환국상고사(bc8937) 홈페이지에서 공동으로 집필하였으며 21세기 '한국학 연구서'로 활용하기 위해 발간한 책이다. 총 3권으로 발간될 예정이며 총서 1 . 2권은 '환단원류사', 총서 3권은 '천문해자(天文解字)'로 구성돼 있다. '강상원박사'에 한국어 . 실담어 어원과 상고역사 총서 10권과 함께 자랑스런 학국학 총서이며 21세기에 새로운 역사를 이끌어나갈 大桓國人의 저력을 밝힌 책이다. 
 
 * 이 책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한국학 배우기 열풍이 부는 때에 외국의 학자와 교수들에게 한국에 대해 가장 바르게 소개할 수 있는 책이다. 역사와 민속학 그리고 한국인의 정신, 한국인의 미래 그리고 한국어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책이며 무엇보다 아주 쉽게 쓰여졌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천부경 해설 같은 것은 실담어와 환인불교도학을 연결하였음에도 어렵지 않다는 것은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이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책 크기 : A4(표지컬러)


전 550페이지 


정가 55,000원



 


 


 
 

 

 

 

 

 

 

 

 

 

 

 

 

 

 

 

저자의 말

 

1. 여기에 있는 모든 캐릭터는 가상의 인물이다.

2. 대부분의 이야기는 부도지(符都誌)에 바탕을 두었지만, 정사의 기록과 일치하지 않는다.

3. 경상도 전라도 등 각도 사투리는 천축(天竺) 왕족 언어 "끄샤트리아" 와 일치한다.

4. 이 이야기는 소설 '환단원류사'라 할 수 있다.

5. 본서는 아동 . 청소년을 위한 역사 문학이므로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들이 많이 읽고 꿈을 키워 한민족 상고사 정립에 밑거름이 돼주기를 바란다.

 

 

 

 

 

 

 

 

 神於 아이들

 

 

 

 

 

 

 

 들어가며

 

 

 

 

 

 

 여느 때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나 여름철에 마고산을 오르는 것은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짧은 여름이지만 티라노스가 시퍼렇게 날을 세운 발톱으로 먹잇감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듯 오로지 비참(悲慘)으로만 무장한 물살이 계곡을 휩쓸고 가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물살이 가장 거칠게 일어나고 어떤 날은 마치 산더미 같은 물이 쓰나미처럼 밀치며 쏟아지는데 하룻밤 사이 계곡 전체가 사라지기도 한다. 불은 타고나면 재라도 남지만, 쓰나미는 하나도 남김없이 싹 쓸어가 버린다. 공룡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움푹 팬 계곡에 황토와 깨어진 돌들만 남아 있을 뿐이다.


 마고산에 태고의 빙해(氷海)는 겹겹이 쌓인 구만 구천구백 개의 봉우리 사이를 가득 메우고, 개벽이래 그 누구의 발걸음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겹겹이 쌓인 빙해(氷海)가 녹으면서 홍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없었던 호수가 생겨나고 또 강줄기가 생겨나니 이곳에는 아직도 개벽이 끝나지 않았다.

 세상의 동쪽 끝 부상국에서 태양이 솟아오르면 청구의 들판을 지나 고비와 태극마칸을 비추고 하얀 빛줄기는 구룡의 언덕에서 천산에 이르기까지 아침 여행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여정으로 카라쿠리호수 위에 높이 솟아오르며 천지를 밝혀주니 카라쿠리는 태양 神이 머무르는 자리이다.


 개벽이 있기 전 이곳은 마고의 백성들이 살았다. 카라쿠리는 지금의 파미르고원 중심부에 있다. 파미르를 둘러싼 수만 개의 봉우리를 배경으로 가운데 넓게 자리 잡은 고원이다. 고원의 북쪽에는 해발 7천 미터 이상의 만년설이 쌓인 봉우리들이 둘러싸고 있어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요새라 할 만하다. 파미르의 높이는 해발 평균 4,500미터이고 지평선이 보이는 아주 넓은 땅이므로 '세계의 지붕' 또는 '하늘 지붕'으로 불린다. 높이 7천 미터 이상의 준봉(峻峯)들을 배경으로 나지막하게 자리 잡은 까닭에 마치 구룡이 한 개의 둥지를 품은 듯하여 '파미르'라 하니 이는 용(龍)의 자손들이 번창할 것을 예견하는 지세이다.


 개벽이 있기 전, 카라쿠리 주변에서 산 아래까지 하늘 백성들은 지유를 먹고 살았다. 그러나 그들은 오미의 변을 맞아 모두 흩어져 동 서 남 북으로 떠났다. 그 후로 개벽이 시작되고 홍수와 대지진 화산폭발 등으로 지구촌 전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개벽 초기 환인천제께서 이전원의 양 떼를 이끌고 이곳에 와 여름 한 철을 보내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때는 개벽 초라 지구는 열병을 앓고 있었다. 여름철이 너무 더워서 산 아래서는 사람이 살기 어려웠다. 그것은 한때 시베리아트랩에서 시작된 화산폭발 때문에 지구 전체가 온난화 현상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폭풍 한설만 난무하는 추운 설국으로 변해있으니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만감이 교차할 것이며 세상살이가 허무한 것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낯선 이방인

 

 

 

1

 

 

 

 카라쿠리는 낯선 이방인의 모습을 반기지 않았다. 여름철 짓궂은 날씨 탓이라 하기엔 상황이 매우 심각하였다. 이방인에게는 마치 죽음을 재촉하는 악마의 계곡처럼 느껴졌다. 계곡의 물은 순식간에 가득 차오르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곳에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볼 수 없었다. 그 황량한 계곡에서 황토와 모래, 깨진 바위까지 뒤섞인 물 폭탄이 쓰나미처럼 아래로 쏟아지는데, 천웅은 재빨리 낭떠러지에 '펑' 터진 동굴 속으로 간신히 몸을 피했다. 언제 이 비가 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천웅은 마냥 마음이 조급해지기만 하였다. 그나저나 계곡 물이 계속 불어나 동굴 속까지 차게 되면 꼼짝없이 수장되어 죽을 수밖에 없는데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서둘러 나온 것을 후회하면서 천웅은 두 눈을 부릅뜨고 꼭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동굴 속에서 '쾅, 쿠르르으으으 쏴아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웅이 동굴 속을 살펴보는 순간 차가운 황토 물살이 마치 구렁이처럼 꿈틀거리며 발밑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여기도 아니었구나!"


 천웅은 그만 절망에 빠져들었다. 이제는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동굴에서 버티기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죽음보다 무서운 파도에 휩쓸리고 백 리 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기보다는 차라리 동굴 속에서 버텨보겠다는 뚝심이 생겼다. 우선 몸이 떠내려가지 않게 단단히 묶어둘 필요가 있어 두 개의 바위틈에 몸을 맡기고 이제 그 운명의 순간만 기다리게 되었다.


 "젠장!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조용하게 살 것을 괜스레 세상을 잘 다스려보겠다고 나섰다가 이게 무슨 꼴이고!"

 

 "그래,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허무한 거 아이겠나!" 나그네는 약간의 경상도 티가 나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메뚜기도 한철인데 나야 뭐, 참 재미있게 살았지!"

 

 물살은 점점 차올라 허리춤에 매어둔 바지 끈까지 풀어내리고 사나이는 볼썽 그리 축 늘어져 더 버티기 힘들어졌다.

 

 "어쩌면 이 동굴이 무너지는 순간 나는 죽을 끼라! 그러나 다행인 것을 알아야지. 마고산에서 미친 파도에 휩쓸려 죽는 사람은 나 혼자 뿌이끼네, 어떤 놈이 이 짓궂은 날에 마고산에 오른단 마리고?"

 

 "도(道)를 얻고자 하면 천산(天山)으로 가서 불함(不咸)상제에게 절하고, 천하를 다스리려는 자는 곤륜(崑崙)으로 가서 왕모(王母)에게 빌 것이지, 나처럼 주둥아리 함부로 울리면 이런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 뻔하제."

 

"허 허 허..."


 사나이는 후회막심하였다. 며칠 전에 허달성(虛達城)을 살펴보고 오라는 환인천제의 지엄하신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삼일 밤낮을 꼬박 잠도 못 자고 염병할 미친 파도만 보고 있다가 나그네는 그만 두 개의 바위틈에 끼인 체 죽음보다 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버렸다.

 

 

 

 


2

 

 

 

 

 

 

 이전원(伊田園)의 아침은 고요하고 평화스럽다.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이 동네 마당에 모여 뛰어놀고 있다. 마을에서는 천신(天神)께 제사(祭祀)하는 사람, 밭일 나가는 사람, 가족을 돌보는 사람, 시장에 가는 사람, 도(道)를 닦으러 천산(天山)에 가는 사람, 몇 년째 소식 끓어진 사람을 기다리는 생과부, 동(東)으로 만 리 밖에 떨어진 해가 뜨는 곳 '부상'까지, 서(西)로 만 리나 떨어진 해가 지는 곳 '아나톨리아'까지 낙타 등에 옥(玉)과 각종 보석, 영약, 토기, 삼베 등을 가득 싣고 교역하러 가는 사람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이전원(伊田園)의 농토는 정해져 있는데 인구가 너무 많아 식량 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곳을 다스리는 환인천제와 서자부(庶子府) 환대인(桓大人)의 고민 또한 나날이 커져만 갔다.


 서자부(庶子府)는 파견 일을 맡은 관청이다. 환인천제께서 다스리던 상계(上界)는 개벽 이후 지금까지 약 4,500년 동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열병을 앓고 있는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서자부(庶子府)를 세워 파견사 일을 해오고 있었다. 서자부 최고 수장인 환대인(桓大人)은 파견사자를 세계 각지에 보내 피해를 구원하고 그곳에 농업을 일으키고 건축, 의학 등 선진 문명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견사신 일을 맡은 사람들은 모두 무인(巫人) 출신으로 초능력자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또한 이전원에는 상계(上界)와 하계(下界)가 있고, 상계(上界)는 천계(天界)의 직통이고, 하계(下界)는 곤계(崑界)의 직통이다. 천계(天界)는 천산(天山)에 있으며 황궁씨(黃穹氏)께서 개척하였고, 곤계(崑界)는 곤륜산(崑崙山)에 있으며 청궁씨(靑穹氏)께서 개척하였다. 상계의 주인은 환인천제이다. 하계의 주장은 파룡선생 이다. 원래 상계와 하계는 구분이 없었으나 대홍수 이후 개벽이 시작되면서 음양이 분리되어 두 개로 나누어진 것이다. 상하의 구분은 없다지만 사람들은 상계를 주신으로 보고 있었으므로 환인천제가 전 지구를 다스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전원은 천제울국(天帝菀國)의 수도이다. 천제울국(天帝菀國)은 천산산맥의 남쪽과 곤륜산맥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오래전에 바다였다가 지금은 서서히 사막으로 변해가는 태극마칸이 있다. 이전원에서 태극마칸을 지나면 탑리목분지가 있다. 또 탑리목분지를 옥토로 만들어주는 탑리목하가 있다. 탑리목하의 수원(水源)은 천산과 곤륜산에 만년 빙하가 녹은 것이다. 곤륜산에서 흘러온 옥가루가 섞인 우윳빛 띤 강물에 손발을 씻고 물속에서 푸른 빛의 옥돌을 찾으면 그것을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고 장인에게 세공을 부탁하기도 했다. '옥출곤강(玉出崑岡)'이라는 말은 옥(玉)은 곤륜(崑崙)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곤륜의 옥(玉)은 개벽이래 인간이 교역한 물건중 가장 오래된 교역품 중 하나이다. 농부는 밀과 콩, 보리, 포도를 많이 심었다. 이전원에서 포도 농사는 매년 대풍을 맞는다. 이곳에는 지금도 200여 종의 각종 포도를 재배하며 그 당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전원은 포도의 고향이고 또 인류의 고향이다. 농사에 쓸 물은 천산과 곤륜산에서 내려오는 강물을 길어 썼지만, 최근에는 지하에서 샘물이 많이 솟아나와 우물을 파고 샘물을 이용하는 농업도 겸하게 되었다. 년중 햇볕이 내리쬐는 불의 도시이건만 물이 풍부하여 또한 물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른 새벽, 환대인(桓大人)은 일찍 서자부(庶子府)에 나와 어젯밤 파견사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남방 파견사 대장 지소(支巢)가 일찍 등청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소(支巢)는 환대인(桓大人)이 보낸 사신인데 희마리산 아래 최근 홍수가 극심해 졌다는 소식을 여러 차례 전령을 보내 알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환인천제께 꼭 주청을 올리겠다고 다짐하며 머릿속에 넣어둔 말을 미리 생각하며 명상에 잠겼다.


 " 무릇 인세(人世)에는 세 가지 도(道)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하늘을 잘 섬기고 그 하늘로부터 피와 살덩이를 나누어준 부모님께 잘 공양드리는 일이며, 두 번째는 부부가 화합하여 천지(天地)의 도(道)가 사람 속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을 깨닫는 것이며, 셋째로 땅은 스스로를 지키며 사람을 낳고, 사람을 사랑하고, 만물을 낳았고 양육하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만물에 평등하고, 거짓된 마음을 품지 않으니 땅에서 태어나 땅에서 사는 만물은 땅을 닮아 근면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동(東) . 서(西)로 사람들이 나누어져 떠난 지 오래되었고 도(道)의 근원은 사방(四方)으로 흩어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땅에서 양식이 바닥나고 인구는 넘치는데 생산(生産)은 많고 그 양육과 교육이 어렵습니다. 이는 옛 마고성에서 이미 한번 겪었던 '오미의 변고'가 다시 일어날까 근심스러운 것입니다. 또한 농지가 이전원을 벗어나면 사막인지라 물이 부족하여 농사지을 수 없고 비록 재주가 있는 농부가 있어 천지(天地)의 도(道)를 터득하였다 해도 그 기(氣)를 펼 수 없음에 땅이 부족한 것은 농부가 도(道)를 펼 수 없음입니다. 이에 소인(小人)은 서방과 동방을 살펴 과연 사람 살 곳이 있는지 알고자 하며 천(天下)의 도(道)를 그곳에서 펼쳐 오로지 밝고 밝은 세상(世上)을 이루겠습니다." 이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차에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는 들리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아마도 파룡(播龍)사부가 왔나 보다." 하던 차에 '어흠' 인기척을 내며, 파룡(播龍)이 들어왔다.

 

 "사부님 오셨어예?"

 

 "허허, 아침 일찍 꼬방에 나와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고?"

 

 "예, 우리 서자부(庶子府)에서 파견한 남방 파견사가 돌아 왔심미더. 그래서 이렇게 등청을 기다리고 있심미더."

 

 "고얀 사람들 같으니, 어찌 상관이 먼저 나와 기다리는가?"

 

 "아임미다. 소식을 듣긴 했는데 너무 늦은 밤이라 내일 아침에 보자고 그랬심미다. 그카민서 천제님께 올릴 주청도 있고 해서 이래 먼저 나와 명상을 하면서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었심미다. " 파룡(播龍)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자네 '끄리(Kri)'를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떻겠나?"

 

 "예! '끄리(Kri)'라니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아직 모르고 있었군. 그게 말이야. 이렇게 꼬챙이를 쥐고 점토판에다가 막대기를 쫙 긋잖아."

 

 "예, 그렇죠."

 

 "또 쫙 그어."

 

 "예!"

 

 "또 쫙."

 

 "예! 그래서요?"

 

 "야! 이놈아, 그래도 모르겠냐?"

 

 "아니, 무슨 말씀을 하셔야죠. 이런 꼬챙이로 쫙 쫙 그으면..."

 

 "그게 '끄리(Kri)'입니까?"

  

 "그래, '끄리(Kri)'라고 하고, 또 '끌, 글(契)'이라고도 하지."

 

 "그런데, 글이 뭐죠?"

 

 "그냥 이렇게 쫙쫙 끄리(Kri)는 거여."

 

 "네!... ???"

 

 ???" 

 

 "아! 이런 무식한 놈, '끄리(Kri)'도 몰라? '글(契)'이란, 말이야. 이렇게 작대기로 금을 그리는 거야. 그리고 기다려, 한 며칠 후에 내가 뭘 그렸는지 알고 싶으면 그 점토판을 가져와서 보면 되는 거야. 이게 '글(契)'이라는 것이지, '글(契)'은 계약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이거든. 자! 보리 서 말을 누구에게 빌려 줬다고 쳐, 그럼 이런 점토판에 보리 그림을 그리고 작대기 세 개를 그려, 그리고 두 동강을 내지. 그러면 계약(契約)이 성립되는 거여." 

 

 "하나는 내가 가지고 하나는 네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딱, 맞춰보면 그때 한 두 사람의 계약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지. 참! 편리하지 않은가?" 

 

 "아하! 그러니까 내 생각을 이렇게 점토판에다 긁어놨다가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되는 것이고, 또 내 생각을 이 점토판에 그려서 천제님 앞에 나가 그대로 다시 읽으면 된다는 말이군요." 

 

 "이제야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군, 제법 똑똑하네 ..."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렇게 '끄리(Kri)'를 만들어봐, 세상은 말이야, 말이 많아서 말이야, 말소리만 듣고는 말이 뭔 말인지 알 수 없어. 그래서 말이야 점토판에 그려야 해" 파룡(播龍)은 손바닥만 한 점토판을 보여주었다. 

 

 "이건, 천보산(天普山)에 별 볼일 많은 뚱이들이 쓰고 있는 '끄리(Kri)'야." 

 

 점토판에는 하늘의 별자리를 그려 놓은 천문도 위에 10천간(天干) 12지지(地支)가 그려져 있었다.

 

 

 

  * 뚱이 :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등으로 구성, 백성에 의(衣), 식(食), 주(住)를 주관하고 천문(天文) 관찰을 겸한 학자.

 

 

 

 "아니! 사부님 이건 간지(干支) 아입니까?"

 

 "그래 너희 선조들은 별자리를 연구하며 간지를 만들었다. 그때 이미 '끄리(KRI)'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간지가 발명되었단다."

 

 "알겠어요! 그러니까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끄리(KRI)'로 만들어서 사용하면 좋겠다는 얘기죠?"

 

 "그렇지! 오늘 네가 환인께 나가서 주청을 한다 해도 '끄리(KRI)'가 있으면 얼마나 편하겠느냐?"

 


 *'끄리(KRI) : 산스크리트(Sanskrit), '글, 문자'라는 뜻.

 

 

 

 환대인(桓大人)은 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장차 글을 지어서 백성에게 밝은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파견대장 백지소(白支巢) 문안드리오."

 

 이제야 기다리던 때가 왔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환대인(桓大人)은 지소를 맞이한다.

 

 "어서 오게 지소 무사했구먼 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하하하' 매우 반갑네!" 하며 지소를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곧 파룡(播龍)을 소개한다.

 

 "친구! 파룡(播龍)사부께서 와 계시네."

 

 지소(支所)는 파룡(播龍)을 뵈올 낮 없는 듯 죄인처럼 고개 숙여 인사하며,

 

 "사부님! 그간 강녕하시온지요. 소인은 남방 파견사로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 별일 없이 잘 다녀왔는가?"

 

 "소인 황공스럽게도 임무를 다 마치지 못하고 돌아와 사부님을 뵈올 면목이 없습니다."

 

 "그간 있었던 일은 환대인에게 말씀드리게." 그러자 지소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회포를 풀 겨를도 없이 먼저 매우 급하게 돌아가는 남방의 사태부터 이야기 했다.

 

 "지금 희마리산 아래서는 큰 홍수가 나서 집이 다 떠내려가고 백 리를 가도 온전한 집 한 채 보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옵니다. 거기에다 눈과 비와 산사태까지 매일 일어나 겨우 살아남은 사람도 살기가 어려워 멀리 남쪽으로 모두 피난 가서 지금 희마리산 아래는 개미 한 마리도 찾을 수 없는 지경입니다." 

 

 환대인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모두가 무사한가? 자네와 서솔(庶率)들은 어찌 살았노?"

 

 "상계(上界) 4,450年부터 서서히 물이 불어나서 그 이유를 알고자 30명의 특수대원이 물의 근원을 찾아 나섰는데 천해(天海)의 하구에 다다랐습니다. 그곳에서 하계(下界)까지 물길은 모두 산과 계곡을 끼고 급경사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는 천해(天海)의 물이 가득 차 넘치고 있음을 말합니다. 저희가 남방의 피해를 알게 되었을 때는 모두 홍수에 떠내려가고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남은 서솔(庶率)들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홍수를 지키면서 구제 활동을 계속하던 330인의 서솔(庶率)은 소식을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홍수를 다스리면서 하계(下界)의 최남단까지 갔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자네도 남쪽으로 가지 이곳엔 왜! 왔나?"

 

 파룡이 실망이라도 한 듯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번 홍수는 여느 때와 다른 것입니다. 장차 벌어질 일을 생각하여 급하게 상계로 온 것입니다. "그러자 환대인은 더 다급하게 지소(支巢)를 재촉하며,

 

 "어서 말씀해보게 지소(支巢) 그동안 얼마나 고생 마이했노?"

 

 "지금의 천수(天水)는 예전의 천수(天水)가 아닙니다. 사람이 태어나기 전 태초에 마고께서 천수지역에 실달성(實達城)을 떨어드렸을 때는 겨우 호수 몇 개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호수가 모두 사라지고 거대한 바다로 변했습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마고께서 천수지역에 실달을 떨어트려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때 모든 초목과 금수 사람이 태어나 마고산에 올라와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고께서는 사람들이 '오미의 변'을 일으키고 자재율이 깨트렸으므로 마고성을 거두어 들이면서 홍수를 일으켰는데 그때 일어난 홍수 때문에 운해주와 월식주의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했습니다. 지금 그 천수지역에 물이 다시 크게 불어나 포화상태인 것입니다. 천수의 수원(水源)이 무엇인지도 알아보아야 했으나 이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허달'로 가보아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그렇잖아도 요즘 이곳에는 홍수가 자주 일어나지 나도 그 이유를 몰랐네만 아무래도 천수가 문제를 일으킨 게 분명한 것 같아! 빨리 천제님께 보고드려야겠어." 

 

 그러던 차에 파룡(播龍)이 돌아서며,

 

 "무사하니 다행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계속 얘기들 나누게 나는 그만 갈란다."

 

 환대인(桓大人)은 사부님이 무슨 일로 이른 아침에 이곳에 왔는지 묻고 싶었다.

  

 "사부님께서는 어찌 가려 하시는지요. 저에게 더 하실 말씀이 남았을 것 같은데"

 

 "그래, 나 말이야. 환대인(桓大人)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놈이 끼는 바람에..."

 

 지소(支巢)가 일어서며,

 

 "제가 너무 서둘러 왔나 보군요. 십 리 밖에 서솔들이 오고 있으니 지금 나가서 같이 돌아오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둘 다 여기 앉아." 하면서 파룡(播龍)은 하얀 눈썹을 쓸면서 탁자 앞에 앉았다.


 파룡(播龍)은 천산에서 도(道)를 닦고 하계(下界)에 와서 청궁씨(靑穹氏)에게 하계주신(下界主神)을 받았다. 하계주신(下界主神)이란 청궁씨(靑穹氏)를 대신하여 하계(下界)를 다스리는 사람을 말하는데 상계주신(上界主神)인 환인천제(桓因天帝)가 이미 지구를 다스리고 있으므로 환인천제(桓因天帝)를 보좌하는 역활을 맡았다. 그러나 환인천제에 버금가는 존재인 만큼 그 도력(道歷)도 깊었다. 해 뜨는 동쪽 끝에 부상국과 해 지는 서쪽 끝에 아나톨리아까지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 모습은 용(龍)의 얼굴을 닮아서 사자 머리털에 이마엔 뿔이 나 있고 메기수염 같은 것이 길게 나 있었다. 청궁씨(靑穹氏)는 상계와 하계는 음양으로 구분되어 있으니 상계 시대가 끝나고 하계 시대가 오면 용(龍)의 자손이 번성할 것이라며 파룡(播龍)이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한다.

 

 환대인과 지소가 탁자에 앉으니 한동안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장차 환국을 책임질 사람들은 자네 둘과 환웅(桓雄)일세 환웅(桓雄)과 환대인(桓大人)은 천제의 아들이니 그렇다 치고 무엇보다도 지소(支巢)의 역할도 무거울 것이야!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여기서 동방 끝까지 가면 부상국이라고 있어 그곳엔 말이야 금은 보화 옥석과 명주가 있고 산삼 옥영 감로 등 영약들이 무궁무진하고 백성들은 부지런하고 어질어서 가히 지상선경(地上仙境)이라 할 수 있지, 그런데 말이야 그곳에 사는 놈들은 모두 산속에 틀어박혀 세상에 나오지를 않아"

 

 그러자 환대인이 "사부님! 놈은 누구를 가르치는지요?"


 "아! 그래. 내가 실수를 했구먼. 그곳에 사는 백성들이 모두 어질고 부지런한 것은 님금이 나라를 잘 다스려서가 아니야, 그곳의 지기(地氣)가 융성하기 때문이지. 그들의 선조는 개벽 시기에 태양이 빛을 잃어버렸을 때 이곳 이전원에서 무조건 동쪽으로 간 사람들의 후손이야. 모두 신선술을 익혔으니 산속으로 들어가 선경(仙境)을 이루고 산다네. 그들이 정치하지 않아도 백성이 배불리 먹고 자고 하니 겉으로는 평화스럽지만, 장차 나라의 발전이 없을 것이야. 그래서 내가 걱정하는 것은 하루빨리 무인(巫人)들이 나서서 그곳에 융성한 지기(地氣)를 바탕으로 밝은 나라를 세우고 해혹복본(解惑復本)해주기를 바란다네."

 

 파룡(播龍)의 말이 끝나자 환대인이,

 

 "사부님의 말씀은 참으로 옳고 당당하십니다. 저도 벌써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곤계(崑界)의 일이니 상계천제께서 어떻게 나올지 몰라 아직까지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남방에서 홍수사태까지 생겼으니 오늘은 여러 가지 일로 하여 천제님을 뵙고 파견사 일을 주청해 볼까 합니다."

 

 "아닐세, 천제는 벌써 내가 만나 보았네, 그런데 이전원은 좁고 인재가 없다고 하더군. 그러면서 요즘 금악(金岳)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하더라고."

 

 "네, 금악(金岳)이라면 서방이 아임미까?"

 

 "그래 맞아, 환천제는 벌써 나보다 한 수 먼저 나가고 있었지. 그리고 남방과 이전원의 홍수, 천수 문제까지 모두 꿰뚫고 있었어."

 

 "그러면 무엇이 문제입니까? 천제께서 하명하실 때까지 기다리면 될 것을..."

 

 "환대인! ... 자네의 아버지는 말이야 두 아들의 능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고 했어. 아직 때가 이르다는 말이지."

 

 '예!'

 

 환대인은 내심 섭섭하고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시 앉았다.

 

 "그리고 자네 말이야. 지소(支巢)."

 

 "예, 말씀하십시오. 사부님."

 

 "천제께서는 너에게 '지소웅'을 봉하기로 했다."

 

 "사부님! '지소웅'이 무엇이옵니까?"


 "웅(雄)은 백성을 다스린다는 뜻이야."

 

 "사부님! 말씀은 감사하옵니다만 그건 천기누설 아닙니까?"

 

 "그래서, 내 말을 못 믿는단 말인가?"

 

 "아니! 그게 아니라…."

 

 "쯧쯧! 이런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어찌 스승의 말을 의심해!"

 

 환대인이 나서며,

 

 "아니! 잠깐만 사부님의 말씀이 너무 파격적이라 한번 해 본 소리일 끼라요. 선생님께서 고정하시소."

 

 "아닐세! 천계에서는 어떻게 가르치는지 몰라도 난 그래 안 가르쳤어."

 

 "사부님!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하늘처럼 받들고 영원히 믿고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지소(支巢)야, 너 공술(空術)도 하지?

 

 "예."

 

 "그거 누가 가르쳐 줬냐?"

 

 "어느 날 홀연히 깨달았습니다."

 

 "보아라, 너의 공력이 신(神)의 경지에 이르렀노라. 환천제께서는 이를 높이 평가하시고 너의 인간 됨을 최고로 인정하셨다."

 

 "사부님께 이 영광을 드리옵나이다."

 

 지소(支巢)는 일어나 큰절을 올렸다. 환대인은 조금은 급한 듯,

 

 "자! 그럼 하던 얘기를 마저 합시다. 저는 천계에서 수계제불하고 상계(上界)의 장인(長人)되었습니다. 그런데 곤계(崑界)에서 수계를 마친 지소(支巢)는 마땅히 하계(下界)의 장인(長人)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번에 행차가 생기면 마땅히 지소(支巢)를 보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리고 환대인은 물을 한잔 마시고 지소, 파룡에게 차례로 따르면서,

 

 "사부님! 어찌 그런 중요한 얘기를 다 알고 계시는지요?"

 

 나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환천제를 찾아갔었네, 그는 나와 동문이라 동제(東祭)의 샘물을 마시며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 이번에 금악과 삼위태백을 둘러 본건 홍수 때문만이 아닐세, 그건 이전원의 지하에 수원(水源)이 생기고 있어, 그 수원(水源)이 장차 지기(地氣)를 빼앗아 갈 것에 대비해 금악과 삼위태백에 파견사를 보내기로 했지. 그리고 어차피 상계의 땅은 좁고 인구는 많지 않은가! 이번에는 동 . 서 각 3천 명 규모가 될 것이라 하네. 서솔들은 이곳 이전원과 곤륜, 천산, 마고산에 흩어져 사는 무인들을 모으면 되지만 마땅한 인솔자가 없어 고민이야! 더군다나 서자부에 인재들은 남방으로 파견 가고 없었어. 그러나 시기가 다급하므로 지소(支巢)를 불러들이려 했는데 지소(支巢)는 그 절박한 시기에 이렇게 돌아왔지."

 

 "사부님!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환대인은 뭔가 큰일을 맡고 싶어 그렇게 물었다.

 

 "아까 말했지만 환천제는 자네의 공력을 시험하려 해. 그러므로 이번에 마고산으로 가서 천수의 근원을 살펴 보고 와야겠지. 쉬운 일은 아니야. 하류 지역은 이미 지소(支巢)가 살폈으니 상류를 잘 살펴 물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와야 해.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천수가 붕괴되는 원인부터 제거해야겠지. 이것이 내가 아는 전부야."

 

 지소가 말했다.

 

 "제가 들은 바로는 궁희와 소희가 마고성을 허달로 옮겼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허달은 분명 빙해(氷海)위에 있을 것이고, 빙해(氷海)위에 수운(水雲)이 생겼으니 아마도 빙해(氷海)가 급속도로 녹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환대인은 뭔가 깨달은 듯 맞장구치며,

 

 "그래 맞아! 문제를 일으킨 건 빙해(氷海)였어. 이런! 녹는 얼음을 무슨 수로 안 녹게 만든 담."

 

 "드디어 때가 임박했구나! 마지막으로 천수를 확인하는 일만 남았구나."

 

 파룡은 탄식하며 밖으로 나갔다. 지소와 환대인이 따라 나서며,

 

 "사부님! 어디로 가시렵니까?"

 

 "글쎄 배가 고프니 왕모암(王母庵)에 가서 차나 한잔 마셔야겠다." 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3

 

 

 아침이 되자 서자부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동안 남방으로 파견 나갔던 서자관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일찍 돌아왔기 때문에 서자부에서는 무슨 일이 생겼는가 모두 궁금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서자관 지소(支巢)는 서솔(庶率) 모두에게 하나하나 손잡으며 그동안 노고에 대해 위로했다. 환대인은 서솔(庶率)들을 위로하며,

 

 "동녘에 아침이 밝았으니 천지가 광명 세상이 되고 뭇 백성들도 밝은 지혜가 열렸으니, 세상의 일은 그대들이 노고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겠소. 그대들은 만 리 길을 멀다 하지 않고 지소(支巢)를 대장으로 갖은 고생을 다 하여 무사히 돌아왔음을 축하하오. 남방으로 떠난 각 대장이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장차 있을 새로운 임무를 위해 늘 천계와 곤계의 수련을 열심히 해주기 바라오. 천계와 곤계는 음과 양일 따름이니 상하가 없고 하계와 상계 또한 음양으로 나눈 것이니 상하가 없음을 명심하시오. 나는 곧 상계천제님께 고할 것이니 장차 천수가 무너질 것을 염려함이오, 동방에 빛이 영광 하야 온 누리를 비추도록 개척 길에 손수 오를 것이니 천제께서 허락하는 날에 나와 함께 동방으로 가려는 자를 찾겠소. 부디 광명 세상을 이루어 자손만대에 환인천제와 함께 해혹복본하기 바라오니 그대들은 수계제불에 힘써 주기를 바라오."

 

 아침 해는 벌써 중천에 떠올라 이전원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지소(支巢)는 서솔(庶率)들을 모두 해산 시키고 오후 늦게서야 집으로 향했다. 얼마나 오랜만에 집으로 가는가! 십 년 예정 길을 오 년 만에 마치고 돌아왔으니 집에 가면 식구들이 많이 놀랄 일이 아니던가! 무인(巫人)의 집안이란 천계수련과 곤계수련을 통하여 도통한 사람들이라 대게 수명이 길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먼저 죽어 주로 혼자 살거나 아니면 부부가 함께 도통하면 가족이 함께 백 년 이상 사는 수도 있었다. 대대로 무인(巫人)을 이어온 집안은 부모님도 백 세 이상 사는 경우도 있었다. 지소(支巢)는 백소씨 때부터 대대로 곤수계를 익혀 도통한 집안이다. 그러므로 지소(支巢)의 아버지 백부인(白符印)도 나이 1백 26세에 이르도록 정정하게 살고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오니 벌써 아내가 아들 손주 며느리 다 데리고 동구 밖으로 마중 나와 있다. 언제 소식을 들었는지 아내는 지소(支巢)가 떠날 때 지어준 하얀 명주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 내외와 손주들까지 모두 명주옷을 입었는데, 오히려 지소가 놀라고 말았다. 그 귀하고 귀한 명주옷을 어떻게 베질도 못하는 아내가 입고 있단 말인가? 만나서 반가움도 뒤로 물리치고 지소(支巢)는 아이들이 입은 하얀 옷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따옥이 어찌 된 일이야!"하고 지소(支巢)가 물으니,

 

 "당신은 옷만 보고 사람은 보이지 않아." 하면서 새침한 얼굴이 금방 빨갛게 변해 있었다.

 

 "아! 따옥이 그럴 리가 있나,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그리고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다.

 

 "그래, 아부지는 지금도 잘 계시나."

 

 "응, 요즘도 매일 산에 들어가서 수계제불 하셔."

 

 두 부부는 서로 친구처럼 대화했다.

 

 "허 참! 나도 아부지처럼 오랫동안 살 수 있을는지 그것이 참 궁금해"

 

 " '아부지' '하라부지' "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달려와 인사 하며 반가워한다.

 

 "유소(有巢)와 수인(燧人) 그리고 강생이들 잘 있었나. 모두 건강하제"

 

 고대에는 사람들이 오래 살았고 체구가 건장했다. 그리고 한 집안에 대식구가 살았는데 보통 3대에 20인(人) 정도가 한 가구를 이루고 살았다. 지소는 아이들을 보며 "어이! 똥깡생이들." 하며 크게 소리치니 손주들이 달려와서 하라부지 품에 안기었다. 지소는 아이들을 안고 한참 동안 즐거워하다가 집으로 향하면서 또다시 그 옷이 궁금해졌다.


 "따옥이! 아무나 입을 수 없는 비단옷을 어떻게 마련했어."

 

 "요즘 이곳에 사람들은 모두 비단옷을 입어."

 

 그러고 보니 주위에 비단옷을 입은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야."

 

 "환대인님께서 동방 부상국에서 가져온 거라며 뽕나무를 심어주었지, 이곳 사람들은 모두 집에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치고, 옷을 손수 지어 입는 법을 배웠어, 그래서 이렇게 예쁜 옷도 입었구."

 

 이제 달빛보다 더 화사해진 얼굴로 따옥은 입에 침을 튀겨 가며 말한다.

 

 "베미는 일은 이제 여자들의 일상이 되었어. 그 옛날 마고님께서 전수하신 거라고 해. 이제 여자들은 부엌일과 아이를 돌보는 일 외에 베미는 일도 하게 되었지, 까칠한 삼베옷 대신 비단을 입게 해 준 것은 다 환대인께서 가르쳐준 것이야."


 이렇게 두 사람은 부부이자 친구사이였다.

 

 

 

 

 

 

 

 

 

 

4

 

 

 

 

 


 사방이 황토흙으로 둘러 막힌 조그마한 방 안, 아버님께 큰절 올리고 지소는, 

 "아부지예! 소자 만 리 길에 무사히 임무 마치고 왔심니더."

 

 "이번 파견 길이 십 년이라 들었는데 어째이리 일찍 왔노?"

 

 "아부지, 말도 마이소 죽을 뿐 했심더."

 

 자식이 죽을 뻔했다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뭐, 우예됐는데?"

 

 "다름이 아니고 홍수가 너무 많이 일어나 다 떠내려 가뿌서 홍수의 원인을 찾는다꼬 천해까지 갔다 왔어예."

 

 그러자 백부인(白符印)은, 눈이 휘둥그래지며,

 

 "무엇이, 대홍수!" 하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부지 와캐예?"

 

 "그래, 자세히 말해봐라"

 

 "저와 파견사 일행 360명이 남방길로 개척하러 갔는데 히마리산 아래서 파도같은 대 홍수를 만났 심미더 몇 날 며칠을 홍수가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점점 심해지는 홍수 때문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남쪽으로 떠났지예."

 

 "그래서..."

 

 "그런데 가도 가도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보이질 않아, 이러지 말고 무리를 나누어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찾아보자고 했지예."

 

 "아, 됐어. 거기까지만 하고, 천수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냐?"

 

 "아부지도 알고 있었어예?"

 

 "뭘?"

 

 "아니, 천제님께서 천수가 곧 넘칠 거라고 했다카던데."

 

 "그래! 그놈의 천수 기어코 일을 일으키려 하는가. 어허! 계속 얘기해봐."

 

 "예!"

 

 지소는 아버지가 천수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듯했다.

 

 "천수 지역은 지금 물이 가득차서 바다가 된지 오래입니다. 하류에 약해진 땅 밑으로 물이 빠지면서 산과 계곡으로 흘러 하루 아침에 호수가 생겨나기도 하고 강도 생기며 젊은 호수들은 잠깐 생겼다가 지반이 약해지면 금방 무너져 내리는데 그때 호수에 고였던 물이 무서운 파도를 일으키며 일제히 계곡으로 쏟아지면 산 아래는 모두 초토화 되어버립니다."


 지소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을 감고 한 참 동안을 생각하던 백부인(白符印)은 하얀 눈썹과 수염을 차례로 만지며,


 "지소야!"

 

 "예, 아부지예."

 

 "옛날에 사람들이 지유를 먹고 살던 때가 있었다."

 

 "그건 저도 알지예."

 

 "그때도 천수가 무너져 많은 사람들이 죽었단다. 그때 우리 시조이신 백지소(白支巢) 할아버지께서 포도를 먹고 그 맛에 취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포도를 먹게했는데, 그 결과 마고성 백성들은 천성을 잃어버리고 마고성 밖에 사방으로 쫓겨났지, 또 천년이 지났을 때, 마고께서 홍수를 일으켜 마고성을 깨끗이 청소해버렸단다. 그후로 홍수만 나면 사람들이 원망하기를 죽은 지소(支巢)가 또 홍수를 일으켰다고 한단다. 그러므로 홍수 때는 항상 몸조심해야 한다."

 

 "예, 그런데 아까 '그놈의 천수'라고 말한 넉두리는 뭐라예"

 

 지소의 물음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던 백부인(白符印)은 100여 년 전의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 한다.

 

 그러니까, 니가 태어나기 전이다. 그때 나는 천수지역에 파견대장으로 있었다. 그 당시에도 천수가 불어나는 것을 걱정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지 그러나 빛을 반사해 보석처럼 빛나는 호수는 너무 아름다웠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천해(天海)'라 불렀지."

 

 "예."

 

 "어느날 '천해(天海)'와 연결된 작은 호수 하나가 붕괴되어 산이 깍여 나가고 무너졌지, 그런데 말이야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지소는 아버지를 이렇게 놀라게 한 그때 사건이 몹시 궁금해졌다.

 

 "예."

 

 "홍수에 무너진 산에 돌들이 모두 보라색 죽음의 빛으로 물들어 있었지, 그때 파견대장이었던 나와 많은 서솔들은 누군가 물에 빠져 죽으면서 흘린 피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하필이면 포도주 빛일게 뭐야!"

 

 아버지는 한숨을 크게 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큰 산 하나를 피로 물들일 수 있는 것은 마고님 밖에 없으니 누군가 아주 큰 죄를 지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모두 이전원으로 돌아가 버렸어, 내가 좀 더 지키면서 이곳의 사정을 살펴보자고 했는데 서솔들은 대장인 나의 명령도 무시하고 막무가내 집으로 가야 한다고 했지."

 

 "결국, 서솔들을 설득하지 못한 나는 혼자 남게 되었고, 홍수가 멈춘 지 여러 날이 지나고 그 핏빛 계곡이 제 모습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 '아나톨리'에서 온 상인들을 만나게 되었단다."

 

 "그들은 계곡에 있는 돌을 캐어 '아나톨리'로 가져가게 해주면 밀과 보리를 준다고 했어."

 

 "천지 사방에 돌밖에 없는데 이 많은 돌을 다 사가지고 가겠다 했지!"

 

 "사실 나는 그때 서방으로 그들을 따라가려고 했었지, 천수지역에 홀로 남은 것도 그렇지만 그 후로 아무도 오지 않는 것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래도 파견대장인데 어찌 사람을 혼자 놔두고 떠날 수 있었냔 말이야."

 

 "그런데 그것은 오해였어, 그때 날 버리고 떠났던 서솔들은 내가 무서웠던 거야, 바로 내가 홍수를 일으키는 백지소(白支巢)의 후손이었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그들은 돌아왔어. 그들이 돌아가던 길에 '아나톨리'의 상인들을 만났고 '아나톨리'의 상인들로부터 그 돌의 정체를 알게 되었던 거야. 그것은 바로 '청금석'으로 옥(玉) 다음으로 귀한 보석 중의 보석이었지, 산이 무너져 드러난 청금석은 물에 젖으면 보라색으로 변하는데 그 빛깔이 진할수록 귀한 보석이 된다는 것이야. '아나톨리아' 사람들은 옥보다 귀하게 청금석을 사랑했단다 그곳은 지금의 아프가니실달의 바닥산(Badakshan)이다."

 

 그러자 지소는,

 

 "예! 맞아요. 바닥산(Badakshan) 근처에 산들이 많이 무너졌심더."

 

 "아! 어찌 우리 부자의 인연이 이렇게 닮았는고..."

 

 백부인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에는 내가 떠나야 했지, 그들은 바닥산(Badakshan)에서 청금석을 캐내 상인들에게 팔고 가족들까지 데려와 정착하며 살게 되었지, 그런데 자주 홍수가 일어나니 그들은 돈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인 줄 알면서도 기어코 그런 삶에 만족하며 살았어, 나는 그들을 설득하며 농사를 권장해 봤지만, 매번 홍수에 떠내려가 버리고 피폐해졌지, 그러나 상인들이 청금석을 사겠다고 바닥산까지 밀려드는 탓에 그들은 그만 농사를 버렸고, 천제님께서 내린 개척의 사명조차 잊어버리고 점점 돌에 미쳐만 갔지."


 백부인(白符印)의 눈에서 한 방울 피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더 이상 말하기가 어려운 듯 눈물만 글썽이는 아부지를 보며 지소는 측은해 하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우리는 백소씨(白巢氏)의 후손 중에서 지소씨(支巢氏)의 후손이다. 지소씨(支巢氏)는 사람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욕심을 깨어나게 했어, 그러나 그 깨달음을 받은 사람들은 천성(天性)이 크게 오염되는 부작용이 생겼지, 그래서 하늘의 신(神), 기(氣), 정(精)이 흩어졌고 그 후 사람들이 잘못을 깨닫고 죄를 씻고자 스스로 마고성을 떠나기 시작했어, 그때 백소씨(白巢氏) 일족은 서방으로 나갔으나 문제를 일으킨 지소씨(支巢氏)는 죄책감에 그 무리를 따라가지 않고 이전원으로 와서 살다가 죽었어, 지소씨(支巢氏)가 죽은 후에도 천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홍수만 나면 지소씨(支巢氏)를 원망하였지"


"...."


 "내가 이전원으로 돌아와 사직하고 곤수계를 마치기 위해 곤륜산으로 떠난 후, 바닥산에 산사태와 홍수가 덮쳐 모두 죽었다고 했어. 사람들은 또 지소씨(支巢氏)가 마신 포도주 때문에 자기들이 대신 벌 받았다고 생각했단다. 이제 홍수가 났다 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몸서리가 쳐져 정말 가슴 아파 아버지에게 큰절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 청청한 달빛이 천강을 비추니 지소는 눈을 감고 물의 근원을 생각하며 한 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5

 

 

 

 

 

 

 달빛이 천강에 내리는 밤, 환대인은 환인천제 앞에 나아갔다. 환인천제는 안파견(安巴堅), 혁서(赫胥), 고시리(古是利), 주우양(朱于襄), 석제임(釋提壬), 구을리(邱乙利), 지위리(智爲利)까지 7대를 거쳐 왔으며 현재의 환인천제는 지위리(智爲利)환인이시다. 개벽이 된 지 4,538년이 지났으며 환단고기에 의하면 BC. 7199년 ~ BC 3899년까지 7대에 걸쳐 3,300 년간에 환인(桓因) 시대였다고 적고 있으나 BC. 7199년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1738년 전에 개벽이 있었으니 개벽 시대를 이끌어 왔던 천황씨(天皇氏), 지황씨(地皇氏), 인황씨(人皇氏), 황중씨(皇仲氏), 황권씨(皇权氏), 황계씨(皇季氏), 황소씨(皇少氏), 거령씨(鉅靈氏), 구강씨(句彊氏), 초명씨(譙明氏)에 대한 기록은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환국시대의 역년은 5,038년 간으로 고쳐야 한다. 기록대로만 환산한다면 역대 환인들은 모두 재위기간이 평균 500년이다. 지위리(智爲利)환인은 구을리(邱乙利)환인의 승천을 받들고 제7대 환인이 되어 '환 천제울국(桓 天帝菀國)'을 다스린 지 38년, 상계(上界)4,453年 이었다. 태백일사 환국본기에서는 조대기를 인용하여 아래와 같이 말했다.


 " 옛날에 환국이 있었는데 무리는 풍족하고 풍부하였다. 처음 환인께서 천산에 사시면서 道를 얻으셔 몸을 다스려 병도 없고 하늘에 대신하여 교화를 일으켜 사람으로 하여금 전쟁도 없게 하시고, 사람마다 모두 힘써 일함으로써 근면하여 스스로 굶주림도 추위도 없게 하였다. 혁서환인, 고시리환인,주우양환인,석제임환인, 구을리환인에 전하여 지위리환인에 이르니 혹은 단인이라 한다. 7세를 전하여 3,301년에 이르고 혹은 6만 3천 1백 82년이라고도 한다. "


 지위리(智爲利)환인은 앞으로 환국시대 500년간의 일은 개벽이래 5천 년간 이어온 밝은 지혜와 광명으로 세상을 다스려온 시대를 마무리하는 기간으로 판을 짜고 있었다. 비, 구름, 바람을 거느리고 삼위태백과 금악을 두루 살폈으며 멀리 남방까지 나아간 흑소씨의 후손들을 바닷가와 큰 강에 의지하며 살게 하고 더 이상 홍수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희마리산을 빠르게 솟아오르게 하여 마고산에서 흘러오는 물이 동서로 나누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산이 없어 신(神)께 제사하지 못하는 서방과 남방의 백성에게는 층대와 고탑을 짓도록 명하였다.


오백 년 풍상(風霜)에 젖은 얼굴은 백발이 무성해도 눈빛은 어린아이와 같고, 기골은 장대하여 누가 보아도 노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으며, 그 얼굴은 사람이 보는 순간 눈이 부시며 자신이 살아온 날들이 순식간에 영화 필름처럼 지나간다. 항상 높은 곳에 계시며 우러러보게 되니 밝고 환함은 환인이 되고, 또 밝고 밝은 것은 자비가 되고 광명이 되어 세상에 내리비친다. 아! 어질고 착함이여 因으로 태어나서 仁으로 그 역사를 이루니 환인천제의 성체(聖體)로다.


 "소자 환대인, 천제님을 뵈옵습니다."


 "대인은 이 밤에 어인 일인고?"

 

 "남방으로 파견 나갔던 지소가 돌아왔습니다."

 

 "그래 알고 있다. 먼 길 다녀오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느냐! 당분간 서솔들에게 일을 시키지 말고 쉬게 해주라, 그리고 동방에서 가져온 옷감과 보옥을 내릴 것이다. 그리고 다른 말은 없더냐? 어찌 이래 일찍 돌아왔던고?"

 

 "지소는 희마리산 아래서 무서운 홍수를 만나, 개척이 어려워지자 남방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무리를 둘로 나누어 특공 30명은 홍수를 거슬러 물의 근원을 찾으러 가고 나머지 330명은 멀리 남방 끝까지 내려가 홍수를 다스리게 했습니다. 그런데 특공이 천수가 불어나 넘치는 것을 확인하고 급하게 돌아왔다 하옵나이다."

 

 "허허! 천하의 백성들은 모두 내 피와 살 같은데, 천수가 다시 한 번 재앙을 일으키려 하는구나. 천수는 빙해가 녹아서 흘러내린 것이다. 옛날에 마고께서 성을 청소할 때 빙해의 물을 길어다 쓰고부터 물의 근원이 끓어지지 않고 천수지역으로 흘러오더니 기어코 천수를 넘치게 하는구나!"

 

 "마고성이 허달성으로 숨어버렸으니 이제 물의 근원은 허달성을 찾아야 알 수 있다. 누가 그 일을 하겠느냐?"

 

 "상계천제폐하께 신(臣) 환대인 아뢰옵나이다."

 

 "으음! 뭐, 대책이라도 있느냐?"

 

 "무릇 인세(人世)에는 세 가지 道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하늘을 잘 섬기고 그 하늘로부터 피와 살덩이를 나누어준 부모님께 잘 공양드리는 일이며, 두 번째는 부부가 화합하여 천지(天地)의 道가 사람 속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을 깨닫는 것이며, 셋째로 땅은 스스로를 지키며 사람을 낳고, 사람을 사랑하고, 만물을 낳았고 양육하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만물에 평등하고, 거짓된 마음을 품지 않으니 땅에서 태어나 땅에서 사는 만물은 땅을 닮아 근면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東 . 西로 사람들이 나누어져 떠난 지 오래되었고, 그 道의 근원은 四方으로 흩어졌습니다. 땅에서 양식이 바닥나고 인구는 넘치는데도 아이는 많이 낳아 그 양육과 교육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는 옛 마고성에서 이미 한번 겪었던 '오미의 변고'가 다시 일어날까 근심스러운 것입니다. 또한, 농지가 이전원을 벗어나면 사막인지라 물이 부족하여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비록 재주가 있는 농부가 있어 천지(天地)의 道를 터득하였다 해도 그 기(氣)를 펼 수 없음에 땅이 부족한 것은 농부가 道를 펼 수 없음입니다. 이에 소인(小人)은 서방과 동방을 살펴 과연 사람 살 곳이 있는지 알고자 하며 天下의 道를 그곳에서 펼쳐 오로지 밝고 밝은 선경세상(仙境世上)을 이루겠습니다. 인구를 나누어 東과 西으로 가고자 함이며 북지(北地)는 개벽 이후 아직 원기가 회복되지 않아 사람이 살기 어려운 땅이고, 남지(南地)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장차 천수를 안정시키고, 홍수를 잠재운 연후에 개척이 가능합니다."


 "삼가 소인(小人)이 살펴보건대 동방에 청정자(靑精子)는 부상(夫桑)을 일으켜 동방선계(東方仙界)를 개척했고, 백정자(白精子)는 서방에서 금악(金岳)의 종자를 잘 다스려 그곳 사람들은 교역을 넓혀 만리(萬里)에 이르는 길을 개척하여, 밀과 보리 등 농작물을 교역하고 있습니다. 동과 서 두 곳의 종자는 장차 천하에 대국이 될 것입니다. 존엄하신 천제(天帝)폐하께서 허락해주시면 신(臣)은 허달(虛達)을 찾아 마고성으로 가서 그곳에 물길을 찾아 그 홍수의 근원을 끓는 방도를 찾아오겠습니다. 또 천수가 무너지면 이곳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고 장차 해혹복본을 위해서라고 인편을 서로 나누어 동서로 흩어져 살게 하는 것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환인(桓因)께서 답하였다. 


 "하늘은 억조창생(億兆蒼生)하고 음양(陰陽)을 기준 하야 뭇 별들에 생멸(生滅)을 주관하는바 神께서 다스리는 뜻은 빛과 어둠이 따로 없고 선(善)과 악(惡)이 따로 없으니 이는 유무동생(有無同生)이라, 인세(人世)의 혹량(惑量)함은 사람의 천도(天道)가 바르지 못함이니 내 죄가 크다. 그대는 천웅(天雄)을 받고 지금 마고산으로 가서 허달(虛達)을 살펴보고 오라."

 

 환대인은 천웅(天雄)을 받으라는 소리에 놀라는 듯,


 "예! 천웅(天雄)이 뭔데예?"

 

 "이제부터 너에게 천웅(天雄)을 내리니 '하늘의 뜻을 잘 받들고 백성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관직입니꺼?"

 

 "그렇다, 오늘부터 너는 님금의 자격으로 세상을 다스린다."

 

 "아부지예! 삼가 분부를 받들어 즉각 시행 하겠심미더."

 

 "허달은 위험한 곳이다. 개벽이래 단 한 명의 사람도 그곳에 간 적은 없으니 너의 생명도 보장할 수 없느니라. 그러나 앞으로 천수의 물을 다 빼낸다 해도 족히, 오백 년은 걸릴 것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홍수가 끓이지 않을 것이니 하늘의 아들로서 어찌 물의 근원을 살피지 않고 홍수를 다스린다 하겠는가!"

 

 "삼가 분부를 받들어 허달을 살피고 오겠습니다."

 

 한 시도 지체할 수 없는 매우 급박 함에 천웅(天雄)은 깊은 밤 천제궁의 금루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첫닭이 울자마자 마고산으로 달려갔다.

 

 


 

  * 천제궁 : 소또^빠띠(stha^pati), 한자어 소도(蘇塗). 
 
 * 蘇塗(소도). 蘇(소)[송 平]6:15. 塗(도)[똥 平]동국정운6:12. 솟대. 신성한 곳. 避難處(피난처).
  *    -   I_t1.jpg , stha^pati: 소또 빠띠. 蘇塗(소또). 神聖(신성)한 避難處(피난처). the holy temple, asylum, the sacredlter    (강상원, '한자는 동이족 문자')

 

 

 

 

 

 

 

 


6

 

 

 

 

 

 

 한 줄기 빛이 동굴 깊은 곳까지 비추니 비몽사몽 속에서 간신히 깨어난 천웅(天雄)은 몸을 일으켜 세우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간밤에 내리치던 폭풍과 노도의 빗발은 간데없고, 비 그친 산정(山頂)은 안개에 싸여 고요함을 즐기고 있었다. 천웅(天雄)이 잠든 사이 물살 구렁이는 베 바지를 벗겨가고 길쌈 옷가지는 달랑 윗도리 하나만 남았다. 날씨는 더운데 옷은 물에 젖어 축 늘어지고 무겁기만 하여 천웅(天雄)은 그만 윗도리도 벗어 던지고 홀가분하게 발가벗은 몸이 되었다.


 "그래 이렇게 해야, 내가 어린아이가 되는 거야."

 

 "태초에 우린 모두 벌거숭이가 아니었던가!"

 

 "마고 할매를 만나러 왔는데 이까짓 윗도리가 뭔 대수일까?"

 

 "마고 할매는 원래 베 짜는 별에서 왔다는데, 이번에 마고를 만나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베옷이나 하나 얻었으면 좋겠다."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지만 천웅(天雄)의 몸에서는 푸른 빛 광채가 나고 몸은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그런데 이제 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또, 위기에 봉착했다. 동굴 밖을 내려다봐도 천 길 낭떠러지고, 위를 쳐다봐도 깎아지른 절벽이라.


 "아니, 언제 이런 절벽이 생겼단 말이야?"

 

 천웅(天雄)은 또 절망스런 얼굴로 탄식하였다.

 

 "이런 젠장, 날 죽지 않고 살게 해주더니, 그 새 마음이 변했나? 차라리 어젯밤에 죽게 내버려 두지 왜 살려서 이 고생하게 만드누…."

 

 천웅(天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동굴을 빠져나갈 방도는 없었다.

 

 "그래 어차피 죽은 목숨이야! 이 길로 내려가기보단 차라리 절벽 위로 기어 올라가야지, 가다가 떨어져 죽어도 최선을 다했으니 가문에 영광은 남겠지, 그러나 아래로 내려가면 언제 다시 이곳까지 올라올 수 있단 말인가?"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한 것이 있었다. 그저께 비가 올 때 하늘은 쨍쨍하게 빛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던가!

 

 "아니, 왜! 그랬던 거야."

 

 "거참, 이상한 일이네, 구름이 끼고 비가와야 하는데, 이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잖아."

 

 어찌 된 일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천웅(天雄)은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는 아예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이전원은 여름 날씨가 뜨겁기는 하지만 비는 좀처럼 오지 않는 건조한 사막기후다.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친 것은 분명히 이상한 일이었다. 한 참이나 지났을까? 불현듯,

 

 "그래 이건 폭우가 아니야, 산정에서 호수가 무너진 거야."

 

 "이렇게 높은 곳의 동굴에서 물이 터져 나온 걸 보면 분명히 내 머리 위에서 호수가 무너져 버린 것이야."

 

 "아니 그럼, 허달(虛達)의 천수(天壽)가 터졌단 말인가? "

 

 천웅(天雄)은 마고산 정상에 있는 허달성이 무너진 줄 알고 조바심에 서둘러 확인하고 빨리 산을 내려가 환인 천제께 이 사실을 보고해야 했다.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천웅(天雄)은 마음을 가다듬고 냅다 절벽으로 뛰어들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왠지 몸이 가볍다 했지만 이렇게 가벼운 줄은 천웅(天雄)도 잘 몰랐다. 이대로라면 절벽 아래로 떨어져도 사뿐히 땅에 내려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웅(天雄)은 깎아지른 절벽에 수평으로 발을 딛고 평소에 지상에서 걷는 것처럼 절벽을 걸어서 올라갔다. 참 이상한 일이라 천웅 자신도 놀랐다. 몸이 무척 가벼웠다. 어릴 때부터 열심히 닦아온 천수계(天修禊) 때문에 몸은 벌써 神人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7

 

 

 

 

 

 

 

 

 

 

 

 

 

 

 천웅(天雄)이 드디어 산 정상(頂上)에 올라서니 끝도 없이 펼쳐진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제야 알게 된 일이지만 최근에 급작스레 생긴 젊은 호수에 지반이 무너지면서 한꺼번에 많은 물이 산 아래로 흘러 산사태와 홍수를 일으킨 것이다. 물이 흘러 내리면서 계곡을 깎아내리고 지반은 더 약해져 한꺼번에 호수가 붕괴하는 신정호 쓰나미였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이번 붕괴는 수원(水源)의 카라쿠리로부터 멀리 떨어진 작은 호수에서 일어났으므로 사나흘 만에 끝났다. 이미 잦은 홍수 때문에 산 아래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하며 천웅(天雄)은 크게 한숨 돌렸다. 평생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던 천웅(天雄)은 빨리 허달(虛達)을 찾아야 했다. 하루빨리 허달(虛達)의 실체를 파악하고 환인께 보고해야 했으므로 천웅(天雄)은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었다.

 

 아주 오래전 선천(先天)시대에 마고대성(麻姑大城)이 있었다. 실달성(實達城)과 허달성(虛達城)도 나란히 있었다. 마고께서 천수(天水) 지역에 실달성(實達城)을 떨어드렸는데 그 후 실달성의 기운이 상승하여 사람과 자연의 질서가 이루어졌다. 인간은 마고성에서 지유를 먹으며 천사처럼 살았다. 그러나 인간은 '오미의 변'을 일으켜 마고성에서 쫓겨났고 그 후로 천 년 동안 마고성은 비어 있었다. 마고께서 대성을 보수하고 빙해에서 물을 끌어들여 대성을 청소하고 그 물을 천수(天水) 지역으로 흘러들어 가게 했다.

 

 지금의 실달성(實達城)은 천수에 잠겨 있어 확인할 수 없지만 마고성은 분명히 이곳에 있어야 하는데 마고성이 사라져버렸고 마고성이 있었던 자리는 태양 神께서 머무는 호수 하나만 남겨져 있었다.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하늘에서 별이 떨어져 마고성이 불타 없어지고 호수가 된 것 같았다. 이제 천웅(天雄)은 어디로 가야 하나? 천웅(天雄)은 한나절 호수만 바라보다 언뜻 물속을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날씨도 덥고 배도 고프고 해서 물속에 풍덩 뛰어들었다. 이참에 물고기나 잡아서 먹어볼까 생각하며 열심히 헤엄치고 잠수도 하며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다. 생각보다 물이 너무 깊어 물속을 확인할 수 없었던 천웅은 그만 물 밖으로 나와 입에 문 물고기 한 마리를 그냥 날 것으로 씹어먹고 있었다. 그때 먼 곳에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발가벗은 채로 있던 천웅은 다급해져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어 갔다.

 

 "제기랄,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다니, 나 말고 또 누가 천제님의 명을 받았단 말인가?"

 

 넋두리를 놓고 있는 사이 아장아장 어떤 동자가 다가왔다. 천웅은 일단 잠수를 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온 동자는 누군가를 찾으며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 동자는 필 시 나를 찾아온 것일 거로 생각하고 천웅은 물 밖으로 고개를 쏙 내밀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야! 꼬마야. 너 여기 사나?"

 

 아마도 목동이 길을 잃었나 보다 싶어 소리치며 불렀다. 그러자 동자는,

 

 "아이라요, 심부름 왔어요."

 

 "어라!"

 

 천웅은 누가 이런 꼬마를 험악한 고지에 심부름 보냈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황망함에 넋을 빼앗기고 있었다. 어째거나 발가벗은 몸이니 물 밖으로 나올 수는 없는 처지, 천웅은 그저 더워서 멱이나 감는 것처럼 태연스레,

 

 "거참 이상한 일이네, 그래 여긴 웬일인고?"

 

 "우리 사부님께서 선생님께 옷을 갖다 드리라고 했습니다."

 

 "뭐, 사 사부님. 사부님이 여기에 사시느냐?"

 

 "예, 저 위에 있는 빙해(氷海)에서 며칠 전부터 다 지켜보고 있었심미더."

 

 "빙해(氷海)라고!"

 

 빙해(氷海)라 하면 이곳에서 저 멀리 보이는 구만 구천구백 개 깎아지른 봉우리들 사이를 하얗게 덮고 있는 만년설을 말한다. 그래서 천웅은 동자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

 

 "네, 이놈 쪼끄만 새끼가 어른을 놀려'하고 야단쳤다. 그러자 동자는

 

 "호호호" 웃으며, "어르신, 여기 옷 놔두고 가요, 안녕히 계시소" 하고 돌아서 뛰어갔다.

 

 "야 야 야!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이리와. " 하며 불렀지만 금방 멀리 사라져버렸다.

 

 거참 이상한 일이라 생각하며 천웅은 털레털레 옷가지를 주워 들고 너럭바위에 올라 지붕 위에 고추 말리듯 잠시 젖은 몸을 말리면서 누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동자의 사부라는 사람은 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천웅은 기분 나쁜 듯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야! 그렇게 숨어서 보지 말고 당장 나와, 기분 나쁘게 숨어서 보고 있어."

 

 "아니, 여기서 보이지도 않는 빙해(氷海)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면…."

 

 "그래 그것은 궁희, 소희, 마고 뿐이지, 이런 엉큼한 것들이 내 몸을 다 훔쳐보고 있었구먼."

 

 천웅은 필시 마고께서 정말로 옷가지를 보내준 것으로 생각하고 하늘을 향해 크게 여섯 번 절했다.

 

 "할매 정말 고맙심미더, 이렇게 저를 돌봐 주시니 소인은 이 옷을 입고 하늘의 뜻을 받들어 홍수를 다스리겠나이다. 부디 제가 뜻하는 바를 이루도록 보살펴주세요."

 

 사실 그 옷은 하얀 천사의 옷 같기도 했다.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광채가 빛나고 있었다.

 

 천웅은 이제 빙해를 확인하기 위해 북쪽에 있는 더 높은 산으로 가야만 한다. 그러나 지칠 대로 지친 몸은 한 발 짝도 걸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도 다음 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

 

 "아! 이럴 때 지소처럼 공술을 할 줄 알면 얼마나 좋겠나!"

 

 갑자기 천웅의 몸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어어 어! 이거 왜 이래."

 

 갑자기 공중으로 몸이 퉁겨져 올라가는데, 천웅은 깜짝 놀라면서도 어쨌거나 잘된 일이라며 기뻐했다. 천웅은 자기도 모르게 공술이 이루어진 것도 모르고 마고께서 주신 옷 때문에 하늘을 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천웅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발아래엔 카라쿠리가 보이고, 물속에는 태양이 쉬고 있었으며 서방 세계로 향하는 천수 지역은 물로 가득 차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태초에 실달이 이곳에 내려 지금도 이곳의 땅 이름은 모두 실달로 되어있다. 아프가니실달, 우즈베키실달, 타지키실달, 카자흐실달, 투르크메니실달, 키르키실달, 파키실달 등이 있고 파키실달과 인도 접경지역에 '라자실달'이 있다. 실달(實達)은 한자어이고 어원은 '쉬따'이며 휴식의 뜻이 담겨있다. 다시 말해 '안식의 땅'이라는 뜻이다. 그나저나 천수 지역이 모두 물에 잠기고 이제 그것이 곧 붕괴 될 위험에 처한 것을 알게 된 천웅은 더욱 다급해졌다.

 

 "그래 홍수의 원인을 알았어, 천해의 물이 너무 많아서 지반이 약해진 거야, 그 수원(水源)은 이곳이 아니라 저 밑이었군, 이곳은 너무 추워서 아직 빙해가 녹을 만한 날씨는 아니거든, 천제님 말씀처럼 천해가 포화상태가 된 것은 저 아래의 빙해가 녹아서 그렇게 된 것이야!"

 

 하면서 마고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천해의 서쪽으로 펼쳐진 넓은 땅에 쌓여있던 빙해가 모두 녹고 황토와 검붉은 돌들만 가득한 황무지가 드러나 있었다.

 

 "……!!!"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가면 허달성이 나올 것이야. 빙해는 이제 허달(虛達)에만 있으니 이참에 허달성에 가서 마고님께 홍수 다스리는 법이나 물어봐야겠다."

 

 천웅은 허달성이 있는 빙해의 중심부로 날아갔다.

 

 

 

 

 

 * 소설 환단원류사 '님금나무'가 출간되었다. 본서는 '환단원류사'를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로 쓴 책이다.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 부도지의 핵심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말의 어원이 산스크리트였다는 사실을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꾸몄다. 상고시대에 국가를 다스리는 근본 이상으로 '물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환인 천제는 말한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모든 것에 평등하다. 군주가 먼저 자신을 낮추고 만백성이 물 같이 평등하도록 가르친다. 
 
 "나라를 다스리려는 자는 먼저 물부터 잘 다스려야 한다." 
 
 천웅 . 환웅 .지소웅 세 님금은 홍수를 다스리면서 백성을 사랑하고 평등하게 잘 다스리는 법을 깨닫는다. 그들은 각각 3천의 무리를 이끌고 신 개척지를 향하여 나아간다. 
 
 환단원류사 제 2권에 속하는 이 책은 우리 환민족이 동방의 부상국과 서방의 수밀이국까지 진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흑피옥 종족의 동북방 진출 과정과 멸종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이어 홍산문화가 탄생하게 된 과정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그렸다. 환웅 배달환국시대 이전에 한반도는 누가 살았는지도 알 수 있게 했다. 모두 역사적 고찰과 기후학, 지질학, 고문자학, 산스크리트언어학, 수메르 점토판 해독 등을 참고하였으므로 비록 소설이지만 역사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소설 환단원류사 '님금나무' 저자 박 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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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없는 얼음 바다 위에 하얗게 덮인 눈밭을 송곳으로 뚫은 듯 봉긋 솟은 수만의 봉우리들이 마치 만개(滿開)의 위풍으로 전장(戰場)에 나서려는 듯 천웅을 노려보고 있다. 체스의 용병들이 아무 말 없이 천웅을 노려보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천웅은 꿈같은 설국(雪國)의 바다에 하얀 천사 옷을 입고 살포시 내려왔다.

 

 "아! 여기가 허달이었구나. 이제 더 오를 곳도 없고 여기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눈밭만 펼쳐져 있으니, 도대체 어디를 가야 마고를 찾을 수 있단 말이고?"

 

 허탈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찾아보지만 온종일 가도 하얀 눈밭에 '푹푹' 발만 빠지고 태양 빛을 받은 설국의 병사들이 하얀빛 화살을 종일토록 두 눈에 쏘아 댔다. 급기야 천웅의 눈은 햇볕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되어 화상을 입었다. 눈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파졌다. 더는 걸을 수도 없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된 천웅에게 위기가 닥쳐왔다. 아무런 경험도 없이 누구의 조언도 없이 무작정 허달성으로 온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이젠 하늘을 나를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그것은 두 눈이 멀어 앞을 볼 수 없으므로 나를 수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몸이 그대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천웅은 홀연히 공술이 이루어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 저 멀리에서 눈사태가 일어났다. 이제는 피할 수도 없는데, 천웅은 설산이 포효하는 소리를 들으며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허달(虛達)이란 가파르고 높고 험한 큰 산을 말한다. 이미 천웅은 허달에 왔으며 마고성을 찾는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다. 그곳에는 마고와 궁희, 소희가 있으니 세상을 창조하신 삼신(三神)을 만나 천수를 다스릴 방책을 얻으려 하는데 천웅은 허달(虛達)에  온 것도 모르고 허달을 찾고 있다. 그렇게 설국을 헤매고 다닌 지 사흘 밤낮,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천웅은 눈밭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제아무리 천수계(天修禊)로 다져진 몸이라도 설국의 밤은 영하 50도까지 곤두박질치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추운 날씨이며, 개벽이래 단 한 번도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궁상스리 춥고 황량한 허달성에는 바람만이 세차게 불어왔다. 노을이 사그라지는 먼 서쪽 하늘에서 산맥을 타고 솟아오르는 긴 바람의 파고를 타고 수려한 날개짓으로 노 저으며 수백 마리 학이 날아왔다. 천웅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도 힘겨운 것처럼 서둘러 동쪽으로 날아갔다.

 

 하얀 설국의 밤은 더는 설국이 아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작은 한 인간의 발자국을 지우더니 기꺼이 눈을 퍼부어 무덤까지 만들었다. 깜깜한 밤하늘을 고요하게 비추는 달빛이 야속하다.


 천웅의 가슴에는 별도 달도 다 떠나버리고 마지막 남은 심장의 피마저도 눈에 덮인 채 식어갔다.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

 

 

 

 

 




 

  환웅(桓雄)이 천수계(天修禊)를 마치고 돌아오다

 

 1.

 천수계(天修禊)를 마친 환웅(桓雄)이 돌아왔다. 무려 21년간 천산(天山)에서 생활하며 환인천제께서 내려주신 천인지삼수계(天人地三修禊)를 다 마친 것이다. 이마에 하얗게 흰 눈이 쌓인 것처럼 눈썹이 무척 긴 것이 인상적이다. 코 밑에 긴 팔자 수염과 턱 아래로 내린 수염은 길게 늘어졌고 흰 수염들 사이로 드문드문 검은색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나이는 1갑자 정도로 보였다. 상계(上界)에서 1갑자에 천수계(天修禊)를 마친 사람은 환웅이 처음이다. 그의 형인 천웅은 24년 만에 천수계(天修禊)를 마쳤고 나이 64세에 천산(天山)에서 내려왔다. 환웅(桓雄)이 천수계(天修禊)를 일찍 마친 것은 남다른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수계(天修禊)는 환인천제께서 제자에게 내리는 혹독한 입신수련이다. 모두 10단계로 되어있는데 어느 것 하나라도 혹독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을 완전히 걷어내고 神이 되기 위한 하나뿐인 길이기 때문이다. 산속에 몇십 년을 계속 기거하는 것은 아니고 각 단계마다 수련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집에 와서 쉬는 것은 잠시일 뿐 또 다른 수련을 위해 천산으로 들어가야 하고, 이 과정을 되풀이 해야 하므로 수도자는 지칠 대로 지치고 많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천인지삼수계(天人地三修禊)는 천문, 인의, 지리에 통달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하늘과 땅과 사람의 길을 배우고 익혀 입신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수련은 계속된다. 이렇게 환인시대에는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교육시키고 그 정도에 따라 관직에 등용하였다. 누구나 수련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낼 수 없는 혹독한 훈련 과정과 긴 세월 동안 이어지는 고독을 이겨내야 한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은 천수계(天修禊)를 다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했는데 그들이 무인(巫人)이다. 무인(巫人)은 비록 천수계(天修禊)를 마치지는 못했지만 그 몸은 바위보다 강했고 눈에는 광채가 나고 무엇보다 몸에 병이 나지 않으며 오래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초능력을 지녔으므로 巫人이라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메다(Medha)라고 하면 우리말의 무(巫)를 뜻하는데 초능력자라는 뜻이 있다. 오늘날 의학을 뜻하는 메디칼(Medical)의 어원이 메다(Medha)이다. 메다(Medha)는 정신력, 지혜를 이르는 말이다.

 

 巫人은 풍백, 우사, 운사의 관직이 있었고 이들은 백성에 의(衣) . 식(食) . 주(住)와 관련한 360가지 사람의 일을 다스리면서 별을 관측하는 서운관(書雲觀)도 맡았다. 또한 '서솔'이라 하는 것은 당시 전 세계로 파견되어 나가는 개척자의 무리였다. 이들 모두를 통괄하는 사람이 서자부대인(庶子府大人)이다. 상고시대에는 道 닦는 일을 전업으로 하던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그러므로 이전원과 마고산, 천산, 곤륜산에는 巫人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 수는 남녀를 모두 합쳐 어림 잡아도 백만 명은 되었다. 지금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초고대문명의 흔적들은 바로 그들이 기틀을 놓은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환국시대부터 따지면 무려 7천여 년간 漢나라 때까지 비록 그 절차와 방법은 달라졌지만 천산과 곤륜산에서 이어져 왔다. 후일 그 제도는 '봉선'으로 변천해서 천부단 또는 원구단, 제천단, 원단, 천단 등으로 오늘날까지 역사에 남아 있다.

 

 

 

 


 2.

 

 운사(雲師) 육약비(陸若飛)는 간밤에 큰 불덩이가 마고산으로 떨어졌으므로 천제궁에 급보를 전하기 위해 급히 천보산(天普山)에서 내려와 이전원으로 가고 있었다. 천보산(天普山)은 이전원의 서쪽에 있는 산이다. 서운관(書雲觀)의 천문학자들이 이곳에서 별자리를 관측하고 있다. 육약비(陸若飛)는 운사(雲師)를 맡은 관리인데 서운관(書雲觀)의 총 책임을 맡고 있다. 그 외에도 풍백(風伯) 석제라(釋提羅)와 우사(雨師) 왕금영(王錦營)이 서운관(書雲觀)에 함께 일하는데 하늘과 땅과 사람의 일을 살피는데 세 사람은 항상 협력하면서 일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육약비(陸若飛)가 이전원에 닿기 전 100리 쯤에서 앞서가는 사람을 보았다. 그러나 상황이 워낙 급한 처지라 인사도 못 하고 급히 앞질러가는데 환웅은 천산을 내려와 천 리를 걸어와서 겨우 한 사람을 보게 되었건만 그냥 스쳐 지나가 왠지 서운함을 참지 못하고 앞서 달리는 사람을 쫓아가며….

 

 "여어..., 이봐요. 같이 가요." 하면서 불렀다.

 

 육약비는 잠시 쉬어 갈 요량으로 발길을 멈추고 환웅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뉘 시온데 갈 길 바쁜 사람을 세우는 거요."

 

 "어허, 야속한 사람, 아! 먼길 가는데 나도 외롭소. 같이 좀 가입시다."

 

 둘은 모두 1갑자를 넘긴 용모로 사뭇 닮은 데가 많아 친구처럼 보였다. 그러자 육약비는,

 

 "난 지금 천제님께 급보를 전하러 가는 길이오. 한시라도 지체할 겨를이 없으니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난 먼저 갈 테니 선생께선 천천히 따라오시오."

 

 하면서 돌아서는데 환웅은 더 할 얘기가 있는 듯,

 

 "아……! 잠깐만. 뭐 천제님이라 하셨어예?"

 

 "그런데, 왜 그러지요?"

 

 "아이고, 반갑 심미데이. 나는 그분 아들 환웅이라 캅니더."

 

 육약비는 샤트리를 쓰는 말씨로 보아 상대가 귀하신 신분 임을 금방 알아차렸다.

 

 "화 환웅이라고요. 그러면 상계천제님의 귀하신 둘째 아드님이십니까?"

 

 "앙, 어째 그리 빨리 알아차린당가?"

 

 "하하, 오랜만에 들어보는 샤트리입니다. 샤트리는 아주 귀하신 분께서 사용하는 말이지요?"

 

 "아~하, 그렇지. 그래 선생께선 어쩐 일로 환인천제님께 그리 급히 달려가는기요?"

 

 "나는 육약비라 하오.

 

 어젯밤에 똥별처럼 보이는 큰 불덩이가 하늘에서 마고산 쪽으로 떨어졌어요. 아마도 큰일이 벌어졌을 것이니 서둘러 천제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지요."

 

 "그래요. 어허 이를 우짜꼬. 나도 빨리 천제님께 가봐야 할 낀데, 나는 지금 곤륜에 꼭 다녀올 일이 있으니 우짜지..."

 

그러자 육약비는 천제의 아들이고 나발이고 이 사나이를 떼어 놓을 생각으로,

 "보아하니 환웅선생도 바쁜 일이 있나 본데, 어차피 우리는 같은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니니 내가 먼저 가야겠소. 그럼 뒤에 봅시다."

 

일어서는 육약비에게 환웅은 정색하며,

 

 "그럼 천제님께 소자 환웅이 파룡사부를 뵙고 난 후 곧장 천제님께 간다고 연통이나 좀 부탁합시다."

 

 "아! 그거야 어렵지 않지요. 그럼 곤륜에 잘 다녀오세요."

 

 돌아서는 육약비를 보면서 사명감에 투철한 천제의 신하를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였다. 그런데 마고산에 큰 불덩이가 떨어졌다는데 천문에는 그런 일이 예견되어 있지 않아 환웅도 그 일이 몹시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은 파룡사부를 만나는 일이 먼저이니 어쩔 수 없이 곤륜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니 곤륜산 아래에 도착했다. 지금 산속으로 들어가면 길이 보이지 않아 곰이나 호랑이를 만나기라도 하면 자칫 큰 해를 당할 수 있어 더는 행보는 어려울 것 같은 생각에 잠시 멈춰 섰다가,

 

 "아니야! 난 지금 절박한 몸이야, 어저께 마고산에 불덩이가 떨어진 직후 파룡사부께서 내게 기파(氣波)를 보냈어, 기파(氣波)는 쉽게 보낼 수 없는 것이야, 뭔가 다급한 일이 생긴 것 같아. 그러면 나를 부른 이유가 그 불덩이와 관련 있을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한 환웅은 공술을 쓰기로 했다.

 

 "자, 지금부터 날아서 간다. 올라..."

 

 마음속으로 외치니 순식간에 환웅의 몸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밤하늘에 구름같이 모여있는 별무리가 보름달과 함께 장관을 이루어 환웅이 가는 길을 밝혀주었다.

 

 

 

 

 

 

 3.

 

 별이란 것은 무수히 많은 생명 그 자체를 말하며, 생명이 먼지처럼 흩어지기도 하고 다시 모여서 뭉쳐기도 한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이다.

 

 

 

 

 *  (su-taraka) : 영어로 Star의 어원은 '수타라카'이다. 흩어져 있으면서 각 별들이 상호 인력으로 당기면서 뭉쳐지는 그 존재 자체가 생명임을 말한다. 다른 말로  - (vi-ric), 비리 또는 비여라(vi-yu-la) : 흩어졌다가 모여지는 형상. (강상원 조선 고어 실담어 주석 사전 572쪽)

 

 

 

 

 그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있는가? 상고시대는 공해가 없었다. 그러므로 밤하늘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운 형상에 별구름들이 오색으로 분장하고 지상으로 쏟아진다. 곤륜은 지구의 중심이라 북두성의 빛이 내려오는 곳이다. 북두성은 위로 상제가 계시는 금궐을 비추고 지상으로는 곤륜을 비춘다고 했다.

 

 상조금궐 하부곤륜(上照金闕 下覆崑崙)이라! 환웅은 북두성에서 내려오는 서기(瑞氣)를 감지하고 그 빛이 왕모암(王母岩)을 비출 것으로 생각하고, 곤륜의 수만 개 봉우리 중 가장 서기(瑞氣)어린 봉우리를 찾아 겨우 길을 잡았다. 제아무리 공술을 하고 무력이 철퇴 같아도 오랫동안, 그것도 한밤중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어쩌다 실수로 공력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크게 다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곤륜산은 험하기도 하지만 한번 솟아오르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함부로 내려올 수 없다. 땅은 넓고 험하고 숲이 우거져 속도를 빠르게 할 수도 없으니, 언제 이 넓은 산속을 다 찾아볼 수 있겠는가? 이런 때에 최선의 방법은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가 정확한 목표 지점을 찾아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도 한번 실패하면 다시 솟아오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상 환웅은 자연히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요상하게도 절벽 끝에 아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돌집이 하나 있었다. 환웅은 그곳으로 내려왔다. 노련한 몸짓으로 살포시 문앞에 섰다. 반쯤 열린 돌문에는 달빛에 어른 거리며 글이 적혀 있었다.

 

 '王'...'母'...!!!

 

 '茶禮庵'...???

 

 환웅은 두글자만 읽을 수 있었다. '여기가 왕모 뭐지?' 하면서 돌문 앞을 기웃거리다가 여기는 파룡선생이 계실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거참 이상하다. 사부님께서 이사 가셨나" 환웅은 '왕모암'은 세 글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섯 글자를 쓰는 다른 주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왕모산당께' 맞아! 다섯 글자야. 음, 내가 길을 잘못 찾아왔군, 왕모님이 계신 곳을 찾아왔어."

 

 환웅은 큰 서기(瑞氣)가 비친 곳이니 분명히 왕모님이 계신 곳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나저나 갈 길은 바쁜데 여기서 돌아갈 수도 없고..."

 

 환웅은 난감하였다. 날이 새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기다려야 하고, 너무 추워서 밖에서 잠을 청할 수도 없어 이런 이상한 돌집에 한번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보이소, 계시오..., 사람 없어예?"

 

 인기척이 없으면 그냥 들어가 하룻밤 신세지고 아침 일찍 파룡사부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마치 포효하는 사자처럼 동굴 속에 메아리치며 들려왔다.

 

 "야이놈! 들어왔으면 주인께 인사를 드려야지, 넌 눈도 코도 없냐?"

 

 메아리치는 소리는 더 공포감을 주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사람은 없는데 말소리만 들린다. 환웅은 무서운 마음에 크게 소리치며,

 

 "저어... 환웅이라고 하는데요. 혹시 파룡사부님 이신가요?"

 

 이윽고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와! 하하하 저런 볼썽 그리하고는, 사나이가 왜 그리 쪼그라들어."

 

 우렁찬 파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부님 절 받으시소."

 

 파룡사부을 확신한 환웅은 어둠 속을 향해 일단 절부터 올렸다.

 

 "응 그래."

 

 그제야 자작나무에 심지를 박은 호롱불이 켜지며 파룡이 마치 사자를 닮은 듯한 얼굴로 환웅을 노려보는데 정면으로 뚫린 낙타 코에서 바람이 '쏴아'하고 나와 환웅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날려버렸다.

 

 환웅은 그 자리에서 엎드려 큰절을 세 번 하고 일어났다.

 

 "사부님 그간 강녕하십니까?"

 

 "그래, 니도 잘 있었나?"

 

 "예, 천제님께서 저에게 천수계는 끝났으니 마지막 하명을 받으라 했습니다."

 

 그러자 파룡이 자리에 앉으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게 무엇이냐?"

 

 "아직은 천제님을 뵙지 않아 알 수 없습니다."

 

 환웅은 돌무더기 같은 곳이 자리라고 하기에는 영 편할 것 같지 않아 보였지만 아무런 내색 없이 앉았다.

 

 "허어, 그곳으로 먼저 가지 이곳엔 왜 왔어"

 

 "하산해 오는 길에 마고산에서 큰 불꽃이 솟았어예. 그때 사부님께서 저에게 기파(氣波)를 보냈 짜나예?"

 "그래, 그랬지. 너... 그 내용까지 수신했느냐?"

 

 "네, 그... 뭐라 캤는지는 잘 모르겠심더, 좌우간 빨리 오라는 신호인 줄 알고 이렇게 급히 달려 왔심미더."

 "잘 봤다. 그 내용은 니가 여기에 빨리 오라는 내용이었느니라."

 

 "하여간 그간 참 고생 마이했다. 너는 곤수계와 천수계를 마친 유일한 사람이야 이제 곧 神이 되는 일만 남았군. 잘 될 거야."

 

 "사부님 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다만 천제님의 부름에 성실하게 따랐을 뿐 神의 경지에 오르는 것을 탐해본 적은 결코 없습니다."

 

 "그래, 니 마음 내가 안다. 넌, 곤수계를 할 때도 아주 성실했었어 너의 체력은 이제 천산과 곤륜산을 합친 것 보다 강해졌으니 사람들은 너를 당해낼 수 없지 그기에다 나만 올 수 있는 이곳에 감히 어두운 밤중에 찾아오다니 정말 넌 입신의 경지에 올랐어."

 

 "사부님 과찬의 말씀을 거두어주십시오. 사사로이는 저에게 아부지가 되는 환인천제께서도 마지막 시험이 남았으니 각오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칭찬의 말씀은 그 때가서 들어도 늦지 않은 듯하옵니다."

 

 "네, 하나 물어보지, 어디 천계와 곤계를 마쳤으니 그 허실에 대해 논해 보아라?"

 

 그러자 환웅은 곧바로 정색하고 답한다.

 

 " 하늘과 땅이 밝고 어두움이 있는 것은 바로 상하가 있는 것이며 상은 천계로써 하늘을 대신하고 형이상학하여 모든 물상의 보이지 않는 것들 에게까지 그 존재를 밝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계는 세계를 다스림에 한곳에 앉아서 가보지 않고도 다스릴 수 있습니다. 하는 땅을 대신하여 곤계에 있으며 형이하학 하므로 모든 물상을 직접 손수 어루만지고 가꾸어 주므로 비로소 사람 됨을 이루는 것이니 만천하가 곤계의 은혜를 받고도 고운 마음은 천계에 뿌리니 이는 인간이 참된 마음이 곤계 보다는 천계에 있는 줄 알고 있음입니다. 그러나 태초에 음양하야 유무동생이니 상하가 따로 없고 그 형체의 구분 됨이 없으니 보이지 않는 것은 상이요 보이는 것은 하인데 사람은 보이는 것만 믿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아니 하니 이는 그 본성이 땅에 있음을 가리킵니다. 참된 마음과 본성이 하나인데 어찌 따로 구분하겠나이까? 그것은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부지가 좋아'하고 물어보면 천성이 높은 아이는 웃기만 하고 본성이 참된 아이는 말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천계와 곤계를 논하는 것은 지혜와 광명이 평등하여 우위를 논할 수 없고, 오직 인의(仁義)를 밝힘에 있어 본성을 잃지 않는 것이 좋을 따름입니다."

 

 파룡은 고개를 끄떡이며 그제서야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듯,

 

 "음, 좋은 말이구나."

 

 이번엔 환웅이 몹시 궁금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파룡에게 물어본다.

 

 "그런데 마립미더, 밖에 글자는 전에 없던 건데 뭐라꼬 쓰났어예?"

 

 "너 글자 모리나?"

 

 "읽어 보이끼네 '왕모산당께' 아입니꺼?"

 

 "떽끼놈, 그게 뭐 산당께야."

 

 "아이고 죄송합미더. 이럴 줄 알았으면 동방 박사한테 좀 더 배우고 올 낀데 백지로 일찍 왔네...!"

 

 "하하하 그래 그래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글을 배워야 해, 글(契)은 '끌'이라고도 하고 원래는 '크리(Kri)'라 하지. '왕모차례암'이란다."

 

 "스승님 '왕모차례암'이 무슨 뜻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지, 하늘과 사람과 땅을 내려주신 마고의 은혜를 잊지 않고 정신을 가다듬는 작은 돌집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그러면 차례가 무슨 뜻입니꺼? 차례는 차 마시는 예절 아입니꺼?"

 

 "아니야! 차례는 '정신차려' 할 때 그 차려야, 차례를 바르게 해석하면 정신을 가다듬는 다는 뜻이지. 너는 어디서 글을 배웠느냐?"

 

 "부상국에 갔다가 신명사(神明舍)에서 동방 박사를 만나 조금 배웠심미더."

 

 "이 사람아! 배울려면 다 배우고 올 것이지 왜 배우다 말았어?"

 

 "그게 동방 박사도 지금 만드는 중이라 캐서 다음에 배우겠다고 했어예."

 

 "그랬구나! 근자에 곤륜의 학자들이 글자를 많이 만들었어, 그리고서는 동방으로 가져가 버렸지 아마 지금도 '삼위태백'에서는 글자를 만들고 있을 것이야 그 사람들의 지혜와 도력은 인정할 만하지만 장차 천제울국의 말이 흩어져 서로 말하는 뜻을 알지 못하게 될 것이 염려스러워 그러나 그 글자는 동방 사람들에게 큰 지혜의 문을 열어 줄 것이다.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은 셈이지."

 

 환웅은 동방 박사에게 글자를 배우다가 말고 온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동방 박사를 찾아가 꼭 나머지 글자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립미더, 그 똥불은 무엇입니꺼?"

 

 "내가 똥불까지 어떻게 알겠느냐! 아마도 귀하신 몸이 죽었을 거여. 아니면 이전원에 큰 난리가 나던지..."

 

 서둘러 화제를 바꾸었다.

 

 "너, 내가 왜 불렀는지 알겠느냐?"

 

 "사부님 하명해 주십시오.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너 형이 천웅을 받고 허달성으로 갔다. 웅(雄)이란 것은 천계와 곤계를 모두 득해야 주어지는 것인데 천제께서 뭐가 급한지 이번에 특차를 내리셨다. 그리곤 천웅을 시험하기 위해 허달성으로 보냈느니라."

 

 "예, 그곳은 죽음의 땅입니다. 누구든지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지 못하는 죽음만..."

 

 "나도 알아, 그래서 내가 가만히 지켜보았지 며칠간 꼼짝도 않고 불 끄고 여기 앉아서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그놈이 죽을 고비를 벌써 두 번이나 넘겼어, 아니 지금은 죽었을지도 몰라."

 

 "예, 힇야가 죽었다고예? "하면서 환웅은 일어서며 크게 소리치고 얼굴이 붉어졌다.

 

 "아! 흥분하지 마라. 사내 새끼가 그깟 일에 눈까리 부리며 일어서냐?"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험이라 캐도 죽는다 카이..." 하며 환웅은 울상이 되었다.

 

 "아~ 괜찮아 내 말 끝까지 들어봐."

 

 환웅은 뭔가 희망의 불씨가 남았다는 생각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내가 동자로 변신하여 그놈한테 갔었어, 가만히 보니 그냥 두면 영 얼어 죽을 꼴이었어, 마고산은 여름철이라도 추운 곳이

야 그런데 그놈이 옷가지를 홀라당 잃어버리고 발가벗고 다니더군, 그러다 내가 나타나니까 물속으로 뛰어들었지."

 

 "이놈 안 되겠구나 싶어, 옛날에 어떤 선녀가 '곤륜하'에서 목욕하다 잃어버린 옷을 주워 보물로 보관해 왔는데 어쩔 수 없이 그놈에게 갖다 준 거야. 그 옷은 너무 가벼워 공술하는데 도움이 되지. 난 아무튼 환천제가 법도를 어기는 바람에 나도 곤수계로 도와준 거야."

 

 "지금 생각하니 후회가 되기도 해 천웅이 결국 죽음의 땅으로 가게 만들었거든, 차라리 그냥 두었으면 지금쯤 포기하고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닙니다. 힇야는 절대로 포기 안 할 끼라예."

 

 "그럼 세 번은 죽었겠군."

 

 "흑, 흑, 흑... 힇이야, 사부님 제가 빨리 가보겠심미더."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기다려."

 

 "아이고 히이이..." 하고 울먹이며 환웅은 갑자를 넘긴 나이에도 마치 어린아이같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쯧쯔.. 그놈 꼴불견이네."

 

 "아이고 사부님 빨리 우예 좀 해 보이소, 그 높으신 공력으로 살려 줄 수도 있짜나예?"

 환웅은 이제 빨리 천제님께 달려가야 했다. 성님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더욱 다급해졌다.

 

 "천웅은 허달성에 물의 근원을 끓어러 갔단다. 그런데 물의 근원은 끓어지지 않아, 그것은 허무한 것이지 그러나 물의 근원은 이제 끓어졌다고 봐야 해"

 

 이상하게도 끓어지지 않는다는 물의 근원이 끓어졌다고 하니,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

 

 "그게 말이야 말하자면 좀 복잡한데..."

 

 파룡은 한 자나 되는 긴 메기수염을 손가락에 꼬았다 풀었다 하며 말을 꺼냈다.

 

 "천해를 가득 채운 물은 이제 더 이상 불어나지 않게 돼 있어, 매년 빙해가 녹기는 하지만 옛날보다 녹는 양이 많이 줄어들었지 그리고 하류에서 빠져 나가는 물이 수원보다 많아 이제 물은 점점 줄어들 거야, 다만 기후 조건이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천해의 서쪽에 쌓인 얼음이 한꺼번에 다 녹느라 물이 그렇게 많이 불어난 거야. 지구의 날씨가 점점 따뜻해 지고 있거든. 앞으로 사람들이 살기에는 아주 좋은 세상이 될 것이야. 이제 그 빙해는 없어지고 붉은 땅이 생겼으니 그곳에는 다시 생명들이 생겨날 것이야. 그 후 상류에서 안정을 되찾으면 하류도 안정될 것으로 보여."

 

 "그럼 무엇이 문제입미꺼?"

 

 "지반이 너무 약해졌어. 특히 아프가니실달과 파키실달의 상황은 멸망 직전이야. 그리고 상류라도 장담은 못 해 이전원 쪽으로 흐르는 천수도 잘 지켜봐야 해, 이대로 가면 지반이 붕괴되어 모두 다 쓸어 가버릴 거야."

 

 "하기사 제가 생각해봐도 그렇네요.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물이 지반을 누르는데 어떻게 땅이 견디겠어예!"

 

 "그래서 말인데 지소와 천웅, 환웅은 이제 땅과 물을 먼저 다스려야 해, 천해의 하류 쪽에 운하를 많이 파서 물을 골고루 분산시키고 이전원에서는 지하 수로를 건설해서 사막을 옥토로 만들면 돼."

 

 파룡사부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땅과 물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한동안 숨을 쉬지 않고 열변을 토하다 한번 크게 숨을 내 쉴 때면 마치 선풍기 같은 바람이 낙타 코에서 불어 나왔다.

 

 한참 동안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말이야 꼭 셋이서 해야 하는 거야. 왜냐하면 천웅은 天을 맡고, 환웅은 人을 맡고, 지소는 地를 맡아야 일이 꼭 해결 될 것이기 때문이지."

 

 "환천제가 앞으로 5백 년 대사에 판을 짰는데 그렇게 되어 있었어, 무슨 말인지 몰라도 지금은 시키는 대로 셋이서 해봐."

 환웅은 결심한 듯, '예' 하며 큰 소리로 대답하였다.

 

 "그럼 지금 내려 가까예?"

 

 "이놈 봐라. 급하기는. "하면서, 어둠 속에서 뭔가를 가져오더니 환웅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은 지팡이 아입니꺼?"

 

 "그래, 그건 용육장(龍育杖)이다. 이제부터는 니가 그것을 지니고 다녀라."

 

 "아이! 저는 이런 거 필요 없어예, 사람들이 보면 새파랗게 젊은 놈이 건방지게 도사 흉내 낸다고 놀릴 낍미더."

 

 "나는 이제 더는 용육장(龍育杖)이 필요 없느니라.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나도 살 만큼은 살았는데 이제 곧 승천해야 하니 내게 남은 마지막 하나의 보물을 너에게 준다. 이건 보통 지팡이가 아니다. 사악한 자가 이것을 품으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의로운 일을 하는 자에게는 목숨을 지켜 줄 것이다. 언젠가 니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것이니 잊지 말고 꼭 지니고 다녀라."

 

 용육장(龍育杖)이 어려울 때 자기를 도와준다고 하니 일단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예, 스승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하옵나이다."

 다시 한 번 큰절을 올렸다.

 

 용육장(龍育杖)은 하나의 기둥에 아홉 마리 용이 서로의 몸을 감고 있으며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기둥의 두부에는 옥환이 끼워져 있었다. 그 형상이 의미하는 바를 알 길 없는 환웅은,

 

 "사부님 이것은 제게 너무 과분하옵니다."

 

 "그렇지 않다. 이제 곧 삼웅(三雄)의 시대가 올 것이니 그것은 세 사람이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다스리는 시대를 말한다. 천웅은 금악으로 가고, 환웅은 삼위태백으로 갈 것이며, 지소웅은 하늘이 백성을 낳고 기르는 땅에 새로운 불국을 건설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오백 년 후에 있을 일이다. 환천제가 곧 너히들에게 명을 내릴 것이니 준비하라."

 

 *하늘이 낳고 기르는 땅 : 천축(天竺), 산스크리트로 텬 디오(天道), 텬 듁(天育)이다.

 *삼웅(三雄) : 웅(雄)은 산스크리트로 백성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그러면 사부님께서 곧 승천하신다는 말씀은 인간들의 말로 죽는다는 의미 임미껴?"

 

 "그래 맞다. 神人에게는 죽음이란 없다. 다만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간다는게 아니고 앞으로 오백 년 안에 떠날 예정이지."

 

 "그라만, 아직 가맣게 남았짜나예?"

 

 "그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야 환천제와 나는 개벽 때 태어났어, 여러 차례 몸을 바꾸어 환생했지. 그러나 지금은 땅의 기운이 사람에 맞게 완전히 바뀌었어. 그러므로 하늘 기운으로 생성한 나는 이제 환생이 안 돼 그렇게 되면 환천제와 나의 수명도 줄어들게 되지. 환웅아! 너는 역대 환인의 평균 재위 기간이 몇 년인 줄 아나?"

 

 "아! 그게 한 오백 년 되는 거 같심미다."

 

 "맞아, 그러니 늦어도 앞으로 오백 년안에 나와 환천제는 사람과 땅의 시대에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나야 한단다. 그리고 지구가 안정을 되찾아 앞으로는 큰 재난이 없을 거야. 오천 년 하늘의 시대가 끝나고 바야흐로 사람의 시대가 열린단다. 그러므로 너희에게 홍수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하고 우린 이제 마고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이제 개벽이 끝났다. 그리고 곧 새로운 후천시대가 열릴 것이야. 이제는 너희 삼웅(三雄)시대가 될 것이니 이제 삼웅(三雄)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험은 바로 천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아까 내가 가르쳐준 것은 하나의 방법일 뿐 바른길은 아니다. 이를 꼭 명심하여라."

 

 환웅은 자신이 마치 오백 년이나 살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부를 믿을 수 없었지만, 사부의 말씀은 곳 하늘의 말씀이니 그대로 믿고 따르기로 했다. 날이 새고 아침 해가 뜨니 왕모차례암으로 하얗게 밝은 빛이 들어와 인사하듯 곱게 두 사람 앞에서 멈추었다.

 

 "그런데 사부님은 어떻게 이런 외진 곳에서 혼자 살고 계심미꺼?"

 환웅이 작별 인사라도 하려는 듯 물었다. 그런데 파룡은 뭔가 더 할 얘기가 있는 듯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꺼낸다.

 

 "세상은 모두 음양으로 되어 있단다.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고,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고, 그래서 천계와 곤계가 있는 것이고, 환인천제가 천제궁에 살면 나는 왕모암에 살고, 천제의 형상이 동안이면 나는 괴물이 되는 것이야, 물론 내가 천도(天道)를 잘 못 닦은 탓이지만 그것도 음양이 있었기 때문에 마고께서 그렇게 만들었단다. 동방에 부상국이 있으니, 서방에 아나톨리아가 있다. 부상국은 산과 물이 넘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넓은 땅도 있지만 아나톨리아는 높은 고원인 데다 물도 적고 농사짓기도 힘들고 사막뿐이지 않으냐?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은 교역하고 살지만, 부상국은 옥토에서 농사하고 사냥도 하고 목축도 하면서 풍요한 생활을 누리는 것을 보아라. 지형, 지세, 사람들의 생활 방식까지 모두 반대로 되어 있지, 그것은 지구의 기운이 음양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氣 자체가 음양합일체이며 음양은 곧 생명이다. 그러므로 부부는 음양으로 만나서 지구의 기운을 떠받치는 산파가 되기 때문에 항상 화합하여야 가정이 평화로워진단다. 하늘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부부가 하늘이며 그러므로 부부는 화합해야 한다. 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부부가 또한 땅이니 환인천제께서도 부부가 잘 화합하여 가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곧 하늘을 공경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하늘을 공경하는 것은 곧 음양이 조화롭게 화합하는 것을 말한다. 음양을 잘 다스리는 자가 홍수도 잘 다스릴 수 있다."

 

 환웅은 치수법을 익혀야 한다는 말에 공감했다.

 

 "사부님의 지극하신 가르침을 받들어 홍수를 다스리고 제세이화에 힘써 부디 광명세상을 건설하겠습니다."

 

 "허어! 이제 하산 하자구나, 천제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환웅은 용육장(龍育杖)을 펴서 하늘에 띄워라."

 

 "예, 용육장(龍育杖)이 스스로 공중에 뜹니꺼?"

 

 "그렇다. 우린 그걸 타고 가면 돼."

 환웅은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참 신비롭기도 해서 용육장(龍育杖)을 두 손으로 치켜들었다.

 

 "지금부터 이전원 천제궁으로 갈 것이다. 승장 두 명 용육장(龍育杖)은 뜨라!"하면서 살며시 두 손을 놓으니, 신비하게도 용육장(龍育杖)은 두 사람의 발밑으로 와서 공중에 떠 있었다.

 

 "야, 타고 가는 동안 몸을 가볍게 유지하고 내려가는 생각은 하지 마라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내려갈 때는 내가 알아서 한다. "

 

 환웅의 마음은 천웅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찹찹했지만, 사부님께서 괜찮다고 했으므로 잠시 잊기로 했다. 파룡과 환웅은 곤륜에 내린 아침 안개를 헤치고 구름 높이 솟아올라 이전원으로 날아갔다.

 

 

 


 
 천명을 받다

 


 1

 

 

 천제궁은 돌로 둥글게 나즈막한 담장을 쌓고 사방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크게 터 놓았다. 그 넓이는 직경 100보 정도 돼 보이는 스투파(Stupa)처럼 생긴 궁전이다. 한자어로 소도(蘇塗)라 한다. 그 어원은 산스크리트로 '    -    , stha^pati, 소또 빠띠'이다. 곤륜에서 채석한 돌을 다듬어 중앙에 정방형으로 집을 지었다. 마치 커다란 탑을 보고 있는 듯하다. 지붕에는 첨탑을 쌓고 아홉 층 맨 꼭대기에 커다란 옥구슬이 올려져 있다. 옥구슬은 해가 뜨면 마치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뜬 것처럼 밝게 빛났다. 神께서 직접 다스리는 평화의 시대는 궁전을 지키는 사람도 없다. 누구나 천제궁에 와서 천제님께 경배할 수 있었지만, 천제님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천제궁에 모여들었다. 금루는 일반인들이 경배할 수 있도록 항상 개방되어 있다. 가깝게는 이웃에 사는 백성들부터 멀리는 만 리 밖에서 사신들이 이 금루를 찾아와 환인 천제께 경배했다. 금루에 들어서면 정면 중앙에 큰 거울이 걸려 있다. 곤륜에서 나는 옥석을 둥근 방패처럼 깎아 광을 낸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천경(天鏡)이라 불렀다. 환인천제는 거울 속에서 지내기 때문에 특별히 천제님께서 잠자는 침실 같은 것은 없다. 궁전이라 하기에는 조금 초라해 보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사이로 환웅이 소리치며 '파룡주장 납시오.' 그러자 사람들은 모두 물러서며 파룡선생께 정중하게 절을 올렸다.

 

 "허허, 아침 일찍도 나왔구나! 모두들 어인 일로 이렇게 일찍 나와 있느뇨?"

 청중은 다름 아닌 서자지부의 巫人들 이었다. 그중 육약비가 나서며 공손히 절한다.

 

"파룡선생님께 삼가 문안 드리옵나이다."

 파룡은 많이 듣던 목소리에 눈이 커졌다.

 

 "육약비 아닌가 언제 천보산에서 내려왔느냐?"

 

 "어젯밤에 왔습니다. 신 육약비 환인천제님께 긴급히 전할 말씀이 있어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천보산에서 난리라도 난 것이냐?"

 

 "그것이 아니오라 그저께 밤에 마고산에 큰 불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이는 저희들이 보는 천문 관측으로는 예견할 수 없었던 일이라, 장차 천제울국에 큰 변고가 있을 듯해서 이렇게 달려와 천제님께 아뢰고 방책을 묻고자 왔습니다."

 

 "별이 떨어진 것은 나도 알고 있느니라, 그것은 똥불이다. 똥불이 제법 크더구나 아마도 그 일대는 불바다가 됐을 거야. 천제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실 것이야. 아무튼, 긴급한 상황을 빨리 알리기 위해 달려온 것은 잘한 일이다만 천제를 뵙는 시간은 자정과 정오이니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모두 새벽까지 달려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환천제는 오늘 정오(正午)에 저 거울 속에서 나올 것이니 그리 알고 모두 물러갔다가 정오(正午)에 다시 오너라. 그리고 이렇게 우루루 몰려올 필요는 없다. 서자부에 지소와 서운관에 육약비 그리고 환웅 세 사람만 금루에 오너라."

 

 파룡은 불현듯 거울로 다가가더니 손을 쑤욱 집어넣고서 그만 거울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이 광경을 본 육약비는 깜짝 놀라며 사람이 어찌 거울 속에 들어가는가 싶어 호기심에 거울을 한번 만져 보았다. 그리고 '톡톡' 두들겨도 보았으나 보통 옥돌과 다른 점은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동안 생각하다가 파룡이 한 것처럼 손을 쑤욱 내밀고 머리를 거울에 냅다 들이박았다. '과앙~~~~'하고 소리만 날 뿐 거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이마에 혹이 생겨버렸다.

 

 '하 하 하' 사람들이 웃으며 즐거워했다. 운사(雲師) 육약비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육약비는 양손으로 길게 늘어진 희끗희끗한 수염을 만지면서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세상은 호기심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 나는 이번에 떨어진 똥불을 구해서 자세히 살펴볼 참이다. 내 머리에 난 이것은 호기심이지 혹불이 아니다. 궁금한 점을 해결했으니 그 보상치고는 가벼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대들은 지금 서자부로 돌아가고 파견대장 지소를 오시까지 금루로 오라고 전하라."

 

 그중 무인(巫人) '대포'가 말했다.

 

 "예, 운사(雲師)어른, 파견대장은 지금 쯤 이곳으로 오고 있을 것입니다. 잠깐 집에 들렀다. 곧장 온다고 했으니 곧 도착할 것으로 알고 그만 소인들은 물러가옵니다."

 

 '대포'와 巫人들이 서자부로 돌아가고 육약비와 환웅은 다시 마주쳤다.

 

 "하하하... 운사(雲師) 육약비였군요.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환웅이라고 합니다 환웅은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러자 파룡선생과 함께 나타난 환웅을 보고선 정말 환인천제님의 아드님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닙니다.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정말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두 사람은 어느새 친구처럼 대화하며 오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운사(雲師)님은 아까 똥별을 연구하겠다고 하던데 그러다 변고라도 당하면 우짤라꼬요?"

 

 "그렇지 않아요. 별은 생명체입니다. '수타라카' '비여라'가 무엇입니까? 생명체가 흩어졌다가 모여있는 것을 말하지요. 그러므로 별은 하늘에서 생명을 싣고 옵니다. 그러니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파룡사부님은 누군가 귀하신 몸이 죽었거나, 천제울국에 큰 변고가 생길 것이라 이야기했는데..."

 

 "별이 떨어진 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죽겠지요. 그러나 마고산에는 사람은 없고 끝이 없는 빙해만 있을 뿐입니다." 환웅은 다시 몸서리쳐졌다. 그 자리에 천웅이 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참! 아까 별은 생명을 싣고 온다고 했잖아예"

 

 "그랬지요."

 

 "그럼 불덩어리가 생명체라는 말은 좀 이상하지라."

 

 "그렇지 않아요. 우주에 먼지는 큰 것과 작은 것을 구분하지 않아요. 단지 흩어져 있던 것들이 서로 당겨서 점점 크지는데 그때 높은 열이 발생하고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탄생합니다. 그것은 하늘과 땅이 합궁하는 것입니다. 그저께 떨어졌던 똥별은 지구가 당기는 힘에 이끌려 온 것이고 규모가 작은 것입니다. 다행히 빙해 위에 떨어졌으니 큰 폭발도 없었을 것이고요. 그 속에서 어떤 생명체가 나타날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큰 폭발을 하는 동안 뜨거운 열기 속에서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생겨나고 그것이 식으면서 처음에는 돌 같은 것이 생기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 나옵니다. 그래서 '수타라카' 또는 '비여라'라고 한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처음에는 우주 먼지 불과했지요. 태초에 마고께서 실달성을 천수지역에 떨어드린 것은 바로 큰 똥별이었습니다. 그리고 카라쿠리 호수도 똥별이 떨어진 자리이지요. 아마도 마고성은 그때 다 녹아서 없어졌을 것입니다."

 

 환웅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그걸 어떻게 다 알고 계시온지...?"

 

 "네, 그건 서운관에서 전통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이지 내가 밝혀낸 것은 아닙니다. 안파견환인께서 처음 서운관을 세우고 그렇게 가르쳤으니 아마도 그 이전 시대 때부터 그렇게 인식했다고 봅니다. 간지 천문학도 그전 시대부터 있었던 것을 다시 연구한 것이거든요."

 

 "와아! 대단하시네예, 사물을 보는 눈이 확실히 다른 것 같네예, 그래서 서운관에 총책임자로 임명되셨지예,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대하겠심미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곤륜에 간 것은 파룡선생님을 모시러 간 것입니까?"

 

 "아! 그건 아니고, 제가 그냥 하산도 하고 해서 사부님이니까 인사하러 갔지요. 이곳이야 어제 왔어도 오늘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남은 시간을 활용한 것입니다."

 

 "그럼 천제님을 뵙는 시간이 따로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심미다. 원래는 하늘 문이 열리는 자정에만 보다가 저기 천경이 만들어 진 이후 정오에도 볼 수 있게 되었지예."

 

 "도대체 천경은 무엇으로 만들었기에 양천제께서 거울에 들어갈 수 있는지요?"

 

 "저건 곤륜에서 나는 옥돌을 둥글게 깎아 칠 년 동안 돌과 물로 갈아서 만들었어예."

 

 "그 속에는 산수(山水)와 해달(日月)이 있어 입신(立神)한 사람에게는 보일 뿐만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예."

 

 "그럼 우리 같은 사람은 언제쯤 들어갈 수 있을까요?"

 

 "하하하! 그거야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렸겠지요. 양계 천제님은 본래 하늘에서 내려온 神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와는 천성(天性)이 다릅니다. 그러니 부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린 그저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에 충실하면 되지예. 아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끼라요."

 

 "아니! 환웅 선생은 천제님의 친자이신데 하늘에서 내려온 게 아닙니까?"

 

 "우리 오메는 막지(莫知)입니더, 여기서 북쪽 끝에 있는 웅이용문(熊耳龍門)의 웅가(熊家)에서 환인 천제님과 혼인하고 열두 남매를 낳고 승천하셨어예. 우리 오메는 땅이고 아부지는 하늘이라예 옛날에는 그렇게 결합해서 생명이 많이 태어났다 카더라구예."

 

 "어흠 그러면 상원부인(上元夫人)이 환웅 선생의 어머님이셨군요."

 

 "우리 오메를 아세요."

 

 "알다 마다요. 저는 그 어르신께 곤계수를 배웠습니다. 참, 아름다우시고 자상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승천하셨군요."

 "그래요, 참 오래 사셨어예. 아홉 번 환생하고 천수를 다하여 승천했심미더. 우리 오메는 땅에서 나신 분 중에 가장 오래사셨다고 하데예."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환웅 선생깨서는 곤수계를 마치고 천수계까지 모두 이루신 것 같습니다. 어쩐지, 그 시간에 곤륜으로 들어간다 했지요. 내 생각도 환웅 선생이 보통은 넘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는 미쳐 생각 못했습니다. 이제 보니 神人을 뵙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영광입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이야기하는데 서문으로 지소와 따옥이 들어왔다. 따옥의 머리 위에는 삼베로 덮은 소쿠리를 이고 있었다.

 

 "아니, 사람들이 모두 어디 갔지, 벌써 금루에서 환인천제님을 뵙는 것인가? "

 지소는 급한 마음에 금루에 달려갔다. 금루는 지금의 대웅전에 해당하는 본관으로 금루문은 문짝이 없고 아치형의 돌을 쌓고 그 위에 석회를 발라 금으로 색을 칠한 화려한 개방형 출입구이다. 지소가 들어서니 안쪽 중앙에 걸린 천경 앞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니! 이게 누군가? 환웅이 돌아왔네, 육약비도..., 이 친구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이렇게 두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게 될 줄 생각도 못 했지. "

 

 육약비가 말한다.

 

 "자네 오다가 서솔들을 만났는가?"

 

 "아니! 못 만났어, 그보다 우리 손부터 한번 잡아보자."

 환웅과 육약비 지소 세 사람은 무척 반가워하며 얼마 동안 안부를 묻고 환담을 나누었다.

 

 "그런데 내가 보낸 서솔들은 다 어디에 있나?"

 

 "응, 내가 다 돌려보냈다네, 파룡사부께서 나와 지소 환웅 세 사람만 정오에 오라고 했어, 그래 여기서 정오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야."

 

 "나야 뭐 지금 환대인이 안계시니 '서자부 대행'으로 부른 것 아니겠어, 그나저나 난, 환대인이 잘못됐을까 봐 그게 걱정이야. 우리가 한번 뒤따라가서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환대인은 시험중이니 우리가 개입할 일이 아이다. 힇야!"

 환웅이 그렇게 얘기하자, 지소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환웅, 마이 변했네 성님이 죽었다캐도 눈 하나 꿈적 안 하는걸 보니."

 

 "아이다 힇야, 나도 미칠 지경인데 그만 사부님께서 괜찮다고만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사부님만 믿고 있는 거지."

 

 "아니, 환대인이 어디 갔는데"

 육약비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귀가 솔깃해졌다.

 

 "아아, 환대인은 지금 천웅을 받아 허달성에 갔다네, 허달성에 가서 물의 근원을 살피고 오겠다고 천제님께 주청했어. 그래서 보냈나 봐."

 

 "아니! 그러면 그 사지에 가서 죽으라는 말이잖아."

 

 "쉬잇, 말조심... 천경속에 천제님이 계셔."

 

 "그렇지, 말조심해야겠네."

 세 사람은 '하하하' 웃고 있을 때, 금루문에서 따옥이 머리에 웬 소쿠리를 이고 들어온다.

 

 "야! '지소' 의리 없이 혼자 내빼면 어떡해"

 따옥이 삐친 얼굴로 세 사람 앞으로 다가온다. 약간은 놀랍고 수줍은 듯하다.

 

 "아! 안녕하세요."

 

 소쿠리를 이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육약비가 "아, 뭐해 무거운가 봐 내려 줘야지..."

 

 그러자 지소는 깜빡한 듯 눈이 휘둥그레지며,

 

 "여보 미안해 친구를 만나니 너무 반가워서 당신하고 같이 온 것도 잊어버렸어, 그래 소쿠리 이리 줘 김빠진 따옥은 두 눈을 흘기며 지소에게 소쿠리를 넘겨주었다.

 

 "어휴! 신랑이란 게 한 몇 년 바깥 바람 쐬고 오더니 영, 이젠 사람도 몰라보네. 그래 가지고 무슨 나랏일을 본다고 그래." 하면서 남편을 쏘아 본다.

 

 "여보 미안해. 여기 친구들과 천제님도 계신데 꾸중은 집에 가서 들을게 그러니 지금은 용서해줘 응, 따오기..." 

 잠시 침묵이 흐르다. 세 사람은 크게 "하하 호호"하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젊은 시절 한때에 모두 곤륜산에서 수계하던

동문이라 허물도 없고 얼굴만 보면 농담을 은근히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뭘 그리 무겁게 한 광주리 담아 왔소."

 

 환웅이 물어보았다.

 

 "안녕하세요? 환웅선생님."

 

 "아니예요 선생님은 뭘, 당치도 않습니다. 제...제가 형수님이라 부를게요."

 

 "아니 뭘 새삼스럽게 형수라고 해요. 그냥 따옥이라 부르세요. 우린 같이 공부한 사이인데 나이 차이가 나도 다 친구랍니다."

 

 "하 하 하 고맙습니다. 형수님"

 

 "네예! 그냥 이름만 부르래 두요."

 

 "그 그러지요"

 

 "자, 맛있는 밤이요. 다 함께 밤 뭅시다."

 

 따옥은 사트리를 썩으며 분위기 전환을 시킨다. 그러자 육약비는 "아니 이렇게 많은 밤을 어떻게 우리 넷이서 다 묵노."

 

"그러면... 육약비님, 서솔들은 왜 돌려보냈어." 따옥은 또 눈 흘기며,

 

 "잔소리 마라, 육약비 너 오늘 이 밤 다 못 묵으면 남은 밤은 모두 똥구멍에 쑤시 뿐다."

 

 "아이고 겁나네! 그럼 서솔들 몫까지 내가 다 먹어볼까."

 

 소쿠리에는 스무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많은 양의 뭉쳐진 밤이 담겨져 있고 밭에서 아침에 따온 상추도 있었다. 이전원에서는 엄마가 해주는 먹는 음식을 밤(Vam)이라 했다. 그것은 어머니 젖이라는 뜻인데 오늘날 밥이라는 말이다.

 환웅이 뭉친밤을 먹어보며,

 

 "아! 이건 '살리'아이가, 와아! 이렇게 귀한 거를 어데서 구했노? 비쌀낀데..."

 

 "참! 마이아네, 그건 부상국에서 온 거야. 몇 해 전에 환대인이 가져왔는데 이걸로 농사를 지어 보라더군 '살리'는 맛있고 윤기가 나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그런데 여긴 비가 자주 안와서 '살리' 농사는 어렵다고 모두들 포기했데, 그래서 오늘 새벽에 찧어서 이렇게 밤을 지었지."

 

 '살리'는 중국 남방에서 계절풍을 타고 부상국에 전래 되어 부상국의 융성한 지기(地氣)위에서 자란 '자포니카' 계통의 일 년생 벼를 가리킨다. 흔히 '쌀'이라 하지만 어원은 '살리' 또는 '라이'이다. 밥을 지으면 윤기가 나고 찰져서 소위 '안남미'라 하는 남방 쌀 보다 맛이 좋다. 그렇게 넷은 오랜만에 하나가 되어 맛있게 밤을 먹었다.

 

 "환웅이 너, 파룡사부님께 갔었나?" 지소가 물었다.

 

 "응, 어젯밤에..."

 

"그런데, 사부님이 요새 부쩍 자주 나타나셔, 그리고 천제님도 자주 만나는 것 같아, 뭔 일이 생기긴 생겼나 봐."

 

 " 아이참, 지소 힇야도 그런 걱정 하지 마라. 어저께 아무 말씀도 안 했다."

 지소가 환웅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속삭이듯,

 

 "그래, 너, 파견사 떠나라고 안 하던"

 

 "힇야가 그거 우째 알았는데..."

 

 "흠 흠! 다 아는 수가 있지."

 지소는 헛기침하며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서 힐끗 환웅의 곁에 누워있는 용육장을 보았다.

 

 "아니! 이건,,, 파룡사부님이 지니고 다니시던 건데, 니가 어떻게...?"

 

 "아! 이거, 사부님께서 내게 주셨어. 그리고 죽을 고비가 생기면 이걸 사용하래, 그러면 용육장이 도움을 줄 것이라 했어."

 

 "오! 그래 이제 영 도사님 티가 나는구나. 너, 축하한다. 파룡사부님께 세상에 둘도 없는 선물도 다 받고 말이야."

 육약비는 배가 고픈지 두 사람의 대화는 듣지도 않고 신 나게 밤을 양손에 집어 들고 냠냠 맛있게 먹고 있었다.

 

 "육약비, 좌우간 너 이 밤 다 묵어라 알았제?"

 따옥의 잔소리에, 양볼이 개구리처럼 불룩 튀어나온 채로.

 

 "야, 말시키지마 다 먹을게."

 환웅은 어젯밤 글자가 생각나 밤을 먹으면서 지소에게 물었다.

 

 "지소 힇야, 내 물어볼게 있다."

 

 "뭐?"

 

 "동방 글자라 카는 거 본 적 있나?"

 

 "동방 글자... 그거는 간지 비슷하게 생긴 거 아이가! 사부님이 좀 쓰더라. 나는 하나도 모르지."

 육약비가 끼어들었다.

 

 "동방 글자는 어떤 놈이 곤륜산에서 만들어 가지고 서운관에 가지고 왔길래 제법 간지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좋다고는 했지만, 장차 말이 흐트러지면 분열이 생기게 되니 이런 것은 쓰지도 말고 만들지도 말라고 타일러서 보낸 적이 있어."

 

 환웅이 말한다.

 

 "그래예! 그런데 파룡사부께서는 어떤 학자들이 만들어서 동방으로 가져갔다고 하시면서 장차 동방에 큰 지혜의 문을 열어 줄 것이라고 했는 데예..."

 

 "뭐!!!"

 

 세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육약비는 다시 정색하였다.

 

 "그건 그렇지 않아요. 말과 글이 달라지면 같은 말을 쓰는 사람끼리 어울리게 되어 서로 분열을 일으키게 되겠지요."

 

 "그것도 사부님께서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하셨어요."

 육약비는 목에 더 힘주어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글(契)이라는 것은 천제울국에서 공식적으로 만들어 천하에 공표해야 하는 것이지 아무나 함부로 만들어 쓰면 천국의 존엄성도 떨어진단 말이오. 간지를 보세요. 옛날에 지갱천황께서 천제울국표 간지를 만들어 공식적으로 발표하니 지금 전 세계가 같은 율력과 천문을 쓰고 있지 않습니까? 하물며 글자 같은 것은 천국에서 만들어야지 아무나 만들면 세계는 점점 분열되고 말 것입니다."

 

 지소가 말을 받았다.

 

 "그래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없는 글자를 어떻게 만들어 내겠나? 앞으로 홍수를 다스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도 생겼는데 이것 참 난감하게 됐구먼. 글자가 지혜의 문을 크게 열어 준다면 굳이 우리가 파견사로 나가지 않아도 되지 않겠어!"

 

 그러자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히 생각만 하고 있는데 곧 환웅이 결론을 내었다.

 

 "그 애기는 나중에 우리 성님이 오면 같이 모여 다시 토론해 보는 것이 좋겠심미더. 그렇게 합시더."

 

 환웅의 말에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 지소는 새롭게 만들게 되는 글자의 이름을 '싸스-끄릿다'라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 뜻은 'Sas-Krita' '써서 그렸다'는 뜻이다.

 

 

 

 *'싸스'는 말과 행동을 실천하기 위한 행위 즉, 논(論)이라는 뜻이고 '끄리'는 끌, 흠집을 내는, 긁어내는 등의 뜻이다. 그러므로 산스크리트는 정확하게 글자라는 뜻과 상통한다.

 

 

 

그럭저럭 육약비가 열심히 먹는 바람에 소쿠리가 거덜 났다. 이를 바라보는 따옥이,

 

"야! 먹는 꼴 보니 걸신이 따로 없구만, 그걸 다먹네?"

 

 "나야 뭐, 먹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야, 그거 이제 알았어? 이놈에 밤은 목구멍에서부터 살살 녹아가지고 그냥 물처럼 들어가지."하고 육약비가 되 받아 쳤다.

 

 "어이구 경사 났구나. 그게 비정상이지 정상이냐."

 

 "정상 비정상 아무것도 아니야, 내겐 그저 사정상이야."

 

 "와하하하 사정상!!!!" 하면서 또 웃음바다가 터졌다.

 환웅은 지소가 파견사 일을 알고 있는 것과 천웅이 마고산에 갇힌 것 그리고 홍수를 다스리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참, 그라고..."

 

 환웅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따옥이 소쿠리를 챙겨 일어서며,

 

 "자아! 일들 보셔 난 이제 갈라요."

 

 "아니! 벌시로 갈라고"

 

 육약비가 거드는데,

 

 "이렇게 할 말 많은 사람들 앞에 내가 있으니 쬐끔 걸 거적 거리지야."

 

 "그래 시간도 다 돼가는데 당신은 먼저 가는 게 좋겠어."

 

 "그래요. 난, 갑니다. 나랏일 보느라 수고 많으신 도사님들 안녕시야."

 인사하며 따옥은 금루를 나섰다.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알 수 없어 세 사람은 연신 거울 쪽으로 고개 돌리며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마당에 세워 둔 솟대의 그림자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동문으로 들어온 햇빛은 어느새 남문 쪽에 가 있었고 하늘 높이 떠올라 천제궁 구 층 보답 위에 오르니 소또^빠띠(stha^pati)의 긴 그림자도 사라졌다. 구슬이 태양처럼 빛을 반사하니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뜬 것처럼 빛났다. 천제궁으로 큰 빛이 들어와 사방이 환해졌다. 천경에서 '웅~~~'하면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천경에 빛이 당도하니 소리가 그치며 환인천제와 파룡선생이 그 속에서 나왔다. 하루의 시간을 알기에는 정오의 해시계만큼 정확한 것은 없을 것이다.

 

 천제님을 뵈옵는 세 사람은 엎드려 세 번 절하며 읍하고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

 

 "상계천제폐하께 신 등은 문안드리옵나이다."

 

 "어서 오너라 먼 길 오느라 수고 마이했다."

 

 하면서 육약비와 환웅, 지소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마치 아버지가 아이를 대하듯 온화함을 느끼며 세 사람은 표정은 맑은 하늘처럼 환해졌다.

 

 "그래 아침 일찍 와서 여태 밤도 안 묵고 기다릿째, 옛날 같았으면 밤샘에서 찌찌나 퍼와스리 마시면 되는데 요즘은 몸소 노력하지 않으면 배도 고픈 세상이니 참! 천지가 개벽하고 세상도 마이 변했다. 배고플끼라 오늘 면대는 일찍 마치겠노라. 가서 밤무라." 하고 천제께서는 아무런 하명도 없이 면대를 마치려 했다.

 

 깜짝 놀란 육약비가,

 

 "상계천제폐하께서 소인들이 밤 먹는 거 다 보셨으면서 어찌 그리 황공한 말씀을 내리시옵나이까?"

 

 "육약비야! 너는 무엇을 먹었느냐."

 

 "예,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먹으면 살로 가는 '살리'를 난생처음 먹었습니다."

 

 "그래, 그 맛이 어떻더냐?"

 

 "살살 녹았습니다."

 

 "음, 얼마나 묵었는데?"

 

 "예, 주먹으로 한 열 댓개는 먹었습니다."

 

 "앞으로 '살리'를 계속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느냐?"

 

 "예, '살리'는 흑소씨가 계신 곳에서 처음 나와 바람을 타고 번져 지금은 부상국에까지 퍼졌사온데 현재의 지기(地氣)로 보아 생산량은 적어도 부상국의 것이 제일 맛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바 부상국으로 가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살리'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곳에도 '살리'를 심으면 되지 않겠느냐?"

 

 "상계천제폐하, 이곳은 비가 오지 않는 척박한 사막이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살리'농사는 불가하옵니다."

 

 "내가 천수의 물을 풀어 이전원을 적셔주면 어떻겠느냐?"

 

 "그것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줄 아뢰오."

 

 "지금까지 잘 맞추었다. 육약비는 서운관의 총수로 천문과 지리에 통달했느니라. 그럼 끝으로 천수의 물을 풀면 왜 안 되는지 말해보라."

 

 "소인 황공하옵게도 상계천제폐하께서 칭찬하시니 몸 둘 바를 알 수 없습니다. 삼가 천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운하를 파야 하고 운하를 파는데 많은 인력이 있어야 하며 인력이 있다고 해도 종자를 구할 수 없습니다. 대저 농사라 함은 천하대본으로 인력으로만 할 수 없는 것이옵니다. 천지의 기운이 종자를 결정하는데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야 '살리'가 잘되는 것은 하늘에 기운을 따르는 것인데 사람이 자연을 거스르는 일은 많은 인력과 물자에게 수고를 끼치게 되어 실리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종자는 하늘의 뜻에 따라 그 생사를 결정하게 됩니다. 둘째로 지기(地氣)가 물을 머금고 수기(水氣)를 상승시키고 화기(火氣)를 품으면 만물이 생성하지만, 이곳 이전원은 수기(水氣)는 밑으로 빠지고 화기(火氣)는 상승하므로 불의 땅이 됩니다. 그러므로 농사짓기 어려운 땅이지만 천혜의 길지라 예로부터 천산과 곤륜산에서 그 물길을 터 주었으므로 밀, 보리, 콩, 포도 등 일부 작물만 가능할 뿐 그나마 물이 없으면 불가능하옵니다. 천해의 물을 끌어오고 지하수를 개발해도 그 일은 인력이 해야 하는 것이며 하늘이 내리는 빗물만큼 풍부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인위적으로 시행하면 크게 실패할 것입니다."

 

 막힘없이 터져 나오는 언변에 세 사람은 많이 놀랐다. 오히려 홍수를 다스릴 사람은 운사가 아니겠는가? 하면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파룡은 내내 눈만 감고 육약비의 말을 경청하는 듯 했지만, 사실은 가만히 선 채로 자고 있었다. 코에서 바람이 '쑹'하며 나오면서 큰 풍선 하나가 만들어졌다. 환인천제는 손톱으로 풍선을 트트리며,

 

 "그런데 육약비, 넌 밤을 너무 많이 먹었지 않느냐?"

 

 "황공하오나 소인은 하계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살았는데 어느 날 사부님께서 자고 있는 소인을 깨우더니, 다 죽어가는 놈을 살렸다고 하면서 하산하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먹는 것이 목구멍에 도달하면 바로 죽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사부님은 제가 걸신(乞神)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자고 있던 파룡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소리쳤다.

 

 "네, 이놈 니가 언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었느냐, 넌 딱 99일 동안 먹고 마지막 날에 굶어서 죽었느니라. 이런 다 죽어가는 놈을 살려놓고 보니 하루가 모자라 그만 하산시키고 그 공력이 아까우므로 걸신(乞神)이라도 내려 장차 큰일에 쓸려고 했다."

 

 육약비는 어이쿠, "사부님께서 100일째라고 하신 말씀이 그 뜻이 아입미꺼? 아이고, 죽을죄를..."

 

 "그런 일이 있었구려! 운사(雲師) 육약비(陸若飛)는 장차 환웅을 도와 동방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풍백(風伯) 석제라(釋提羅), 우사(雨師) 왕금영(王錦營)도 동방으로 갈 것이니 셋은 서자 3천을 모아 상계 4,455년 정월 대보름까지 천제울국 환벌 마당에 집결하라."

 

 "상계천제페하의 명 받들어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그리고 육약비는 더 할 말이 없더냐?"

 

 "상계천제폐하, 신 육약비 삼가 똥불이 떨어진 일로 아뢰오."

 

 "그저께 밤, 마고산 북서쪽 허달에 똥불이 떨어졌습니다. 그 규모는 알 수 없으나 밝기만 보아서는 백 보 이상은 되는 큰 별이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천제울국에서는 장차 일어날 일에 대비하시옵소서."

 

 "똥불은 생명이니라 만물의 근원은 똥불에서 태어난다. 이를 명심하라. 궁극적으로 우리가 찾고자 하는 물의 근원도 똥불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태곳적 일이므로 상고할 바 없느니라. 그 똥불이 허달에 떨어진 것은 하늘과 땅이 교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이 일어난 후에 물이 생길 것이며 물이 생한 후에 비가오고 그런 연후에는 바람이 일어난다. 운사(雲師) 육약비(陸若飛), 우사(雨師) 왕금영(王錦營), 풍백(風伯) 석제라(釋提羅)는 장차 천제울국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재난에 대비하라. 고통을 이기는 것은 새 생명을 탄생시키려는 옴마니의 산통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일은 선천의 역수가 원시로 돌아와 이젠 인간 세상을 열어야 하므로 하늘이 그렇게 행한 것이다."

 

 "육약비는 들어라."

 

 "예 분부 내리시옵소서."

 

 "너는 마고산에 먼저 가서 불똥을 구해 천보산으로 가라 그리고 우사, 운사, 풍백은 빠른 시일 내에 불똥을 연구해서 나에게 가져오라. 그리고 재난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쟁기와 삽, 깽이를 만들고 들것을 준비하라."

 

 "폐하 삽, 깽이 같은 도구는 텰(鐵)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어찌하오리까?"

 

 "텬(天)과 비여라(星)를 합치면 텰(鐵 . Steel)이 되니 혹시라도 별똥 속에 텰(鐵)이 발견되면 그것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

 

 "폐하 천금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리옵고 충심을 다하여 보답하겠나이다."

 

 "자, 여기 모두 와서 앉지."하면서 천제는 천경 앞에 있는 돌계단에 앉았다. 돌계단의 높이가 제법 의자만해서 앉아 쉬기에는 편해보였다.

 

 "폐하 저희들은 여기에 엎드려 있는 것이 좋습니다. 분부를 거두어 주십시요."

 그러자 파룡이 거들었다.

 

 "그라만 허리 쭉 피고 쪽 바로 앉아라. 그래 쑤구리고 있으이끼네 보기 영 안 좋타카이."

 그러자 세 사람은 모두 정좌하며 바닥에 편하게 앉았다.

 

 "상계천제폐하 신 파룡 한 말씀 아뢰오."

 

 "이 사람, 새삼스레 왜 그렇게 예를 갖추는가? 불편하이."

 

 "아입니다. 아그들 보는 데서 어른이 체통을 잘 지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뭔 말씀을 하시려고?"

 

 "이제 몸도 다 늙었는데 어디 앉는 의자와 탁자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참 농담도 잘하시네 아직 정정하오."

 

 "아니오, 그럼 천제는 왜 자리에 앉았습니까?"

 

 "아그들이 쑤구리고 있으니 불쌍해서 그래! 내가 이렇게 앉아야 얘들이 편하게 앉을 것 아닌가?"

 

 "하기사 그것도 그러내, 이왕 말 나온 김에 옥좌 하나 마련하시지요."

 

 "말씀 마시게, 옥좌를 마련하려면 백성이 얼마나 고생해야 하겠나? 그건 고혈을 짜는 일이야 그렇다고 체면에 직접 마련할 수도 없거니 또 한 개로는 안돼 두 개 여야 하니 차라리 그냥 여기에 앉는 것이 좋아, 저 천경하나 만드는 데도 칠 년이나 걸렸는데 일 년에 도대체 며칠 쓸 거느냐고? 여봐라 환웅!"

 

 천제는 돌계단에 앉아 지엄하게 큰 목소리로 불렀다.

 

 "예~이. 신 환웅 상계천제폐하 분부 받들고자 대령하였습니다."

 

 "너는 긴말 할 것 없고, 지금 지소와 함께 이 길로 나가 곧장 허달성으로 가서 천웅을 데려오라, 그곳은 목숨을 빼앗아 가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너희 셋이 힘을 합해 그곳을 빠져나오도록 해라. 만약에 천웅이 죽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소생시켜야 하느니라. 두 사람의 기운은 곧 천지의 기운이 조화를 이룰 것이니 능히 죽은 자도 살릴 것이다. 이제 마고성은 더 이상 찾지 마라 물의 근원이 밝혀진 이상 서둘러 다음 대책을 강구해야 하느니라. 허달성은 허망한 것이다. 실체는 있으나 그 바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누구든 그것을 알려고 하면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神에게는 神이 없다. 神은 인간에게 있고 神은 神을 섬기지 않는다. 너희가 두려워하는 것은 神을 믿기 때문이다. 허달성은 神을 믿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지만, 인간은 스스로 神을 만들기도 하고 두려움까지 창조한다. 허달이 허망한 것은 인간의 위에 있어서 그런 것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마찬가지로 神은 神을 섬기지 않으므로 神위에 神은 없다. 너희들이 허망함을 쫒으면 쫓을 수록 神은 더욱 멀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우주의 중심은 곧 神이다. 그것은 너 자신이 神이니라. 신비롭지 않은가! 세상에 사람만큼 중한 것은 없으니 사람이 곧 神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神은 神을 섬기지 않는다. 너희가 神을 섬기고자 하면 곧 너 자신을 알아라."

 

 "이 말은 너희가 부디 성공하고 돌아오기를 아버지로서 비는 진언이니 그 뜻에 개의치 말고 잘 다녀오너라"

 

 "폐하, 소인이 헤아려 보았으나 그 심오한 뜻을 알기 어렵나이다. 좀 풀어서 하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환웅이 물어보았다.

 

 "허달에는 마고가 없다. 그러므로 그곳은 너희들이 천수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기 위해 마고를 찾을 것이나,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허달의 이름은 허무한 것이지 神의 이름에 비교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없는 神을 찾아 헤매다 보면 두려움도 생기는 법이다. 神은 너희들 마음속에 있으니 멀리서 찾으려 하지 말고 너 속에서 찾아라. 너 자신만큼 소중한 것은 없으니 괜히 없는 神에 기대지 말고 현실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데 집중하라."

 

 "사사로이는 저의 아버님되시는 천제폐하 어찌 그 허망한 곳이 죽음을 재촉하는 길인 줄 알면서 천웅을 보내셨나이까?"

 그러자 환인천제는 약간 화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얀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간다.

 

 "야! 이놈아, 지놈이 먼저 간다 그랬어, 낸들 아부진데 보내고 싶었겠냐? 건방지게 호들갑 떨더니 세상 무서운 줄을 몰라, 지가 뭔데 나도 못 보는 마고를 만난다고 큰소리쳐. 그래서 가보라 했지. 그래도 너희 둘을 보낼 때는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진언까지 해주지 않느냐?"

 

 "천제폐하의 높고 높은 은혜에 감사드리며 준엄하신 진언을 잘 받들어 신 환웅, 지소는 천웅을 구하러 마고산에 다녀오겠습니다."

 

 "잠깐, 네 한가지 빠트렸군...."

 

 "너희 둘 말이야 오늘부터 웅(雄)을 받고 님금이 되어라"

 

 "예"

 

 "천웅은 금악의 님금으로 아나톨리로 가게 될 것이며, 환웅은 삼위태백으로 가 만세에 광명천국을 건설하라. 그리고 지소웅은 희마리산으로 내려가 불국을 건설하고 하늘이 백성을 보살피며 길러내는 뜻을 만세에 이르도록 전수하라."

 

 "지소는 들어라."

 

 "신 지소웅 분부 받들겠나이다."

 

 "불국은 외롭고 긴 고뇌를 이겨내야 할 것이다. 내가 희마리산을 빠르게 솟아오르게 했더니 그만 지진과 홍수가 더 많아졌느니라. 그러나 그곳은 빈 땅이고 사람이 살지 않으니 장차 지반이 안정을 되찾으면 식솔과 서자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가라, 천해의 물이 넘쳐도 지반이 붕괴되어도 더 이상 피해는 없을 것이다. 이제 이전원은 그 수명이 다 됐다. 지기(地氣)가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곳은 크게 물난리를 겪게 될 것이다. 장차 오백 년간의 지세를 알 수 없으니 당분간은 이곳에 머물면서 운하를 개척하여 홍수를 다스리다가 때가 되면 희마리로 옮겨가거라. 내 말을 어기지 말고 그대로 실천하라, 먼 훗날 태극마칸은 죽음의 땅으로 변한다. 그러니 그곳으로는 가지 말라."

 

 지소웅은 하늘이 백성을 보살피는 땅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를 물어보았다.

 

 " '텬듁(天育)'으로 불러라. 이것은 '하늘이 사람을 길러 내는 것'이니 만세에 중생을 구제하고 그 이름도 영원히 남을 것이다. 외롭고 긴 고뇌를 이겨내야 하는 뜻은 중생들의 아픔을 껴안은 것이며 스스로 붓다가 되어 열반에 오르게 될 것이다. 수 많은 붓다 들이 태어나 불국이 건설되면 그때 '석제환인다라(釋帝桓因陀羅)'가 다시 올 것이다."

 

 "오늘 면대는 여기 까지다. 지금 세 사람은 서둘러 떠나라."

 환천제와 파룡은 다시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은 천경 앞에서 큰 절 세 번 하고 금루를 나왔다. 솟대 위에 까마귀가 한 마리가 날아와 '까르르' 소리를 지르더니 제 무리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하필이면 천웅이 있는 마고산 쪽으로 날아가길래 환웅은 한마디 거든다.

 

 "저놈 새끼들 한 떼거리 몰려들어 누굴 약 올리는 거여. 천웅성님 시체라도 파먹겠다는 거야 뭐야."

 

 "하하하, 걱정 마세요. 까마귀는 그렇게 높은 곳까지 못 가요."

 육약비가 위로했다. 하지만 환웅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어서 빨리 천웅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지소는 자신이 땅(地)을 맡고, 천웅이 하늘(天)을 맡았으며, 환웅이 인(人)을 맡았음을 깨달았다. 천 인 지, 운사, 우사, 풍백 그리고 3천 무리가 무언가를 꼭 해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환인천제의 지엄한 명령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사태가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제 우리 세 사람의 시대가 열리는 거야..."

 

 혼자 중얼거리며 걷고 있었다. 육약비는,

 

 "자, 우리 서둘러서 갑시다. 마고산에 소풍가는 것도 아니고 재난 구호차 가는 것이니 최대한 빨리 가야 하지 않겠소."

 

 "그럽시다. 지소힇야 뭐 생각하노 빨리 가자."

 

 다투어 쉬지 않고 가도 허달성에 가려면 며칠은 걸린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자갈 밭을 지나고 또 지났다. 여기저기서 홍수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가 생채기 처럼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한시가 급한 세 사람은 가다가 죽더라도 빨리 가야 한다는 마음에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홀연히 축지법이 이루어지자 육약비가 뒤쳐졌다.

 

 "야! 같이 가 빨리 가면 어떡해."

 죽으라고 달려 보았지만,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제기랄 가라, 이놈들아, 어차피 너거하고 나는 임무가 다르제."

 육약비는 화가 났지만 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 정신을 집중해서 달려가는 두 사람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비록 축지법은 할 수 없는 몸이지만 하루종일 달려도 지치지 않는 체력이므로 쉬지 않고 달려서 해가 지기 전에 허달성까지 도착할 예정으로 열심히 뛰었다. 생전 처음 먹어본 살리의 힘이 컸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지치지 않았고 배고프지 않았다. 주먹 밤 열 다섯 개의 힘은 폭주기관차처럼 육약비의 코와 귀에서 허연 연기가 '펑펑'나오게 했다.

 

  다음호에 계속

 


 

 

 

 

 * 소설 환단원류사 '님금나무'가 출간되었다. 본서는 '환단원류사'를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로 쓴 책이다.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 부도지의 핵심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말의 어원이 산스크리트였다는 사실을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꾸몄다. 상고시대에 국가를 다스리는 근본 이상으로 '물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환인 천제는 말한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모든 것에 평등하다. 군주가 먼저 자신을 낮추고 만백성이 물 같이 평등하도록 가르친다. 
 
 "나라를 다스리려는 자는 먼저 물부터 잘 다스려야 한다." 
 
 천웅 . 환웅 .지소웅 세 님금은 홍수를 다스리면서 백성을 사랑하고 평등하게 잘 다스리는 법을 깨닫는다. 그들은 각각 3천의 무리를 이끌고 신 개척지를 향하여 나아간다. 
 
 환단원류사 제 2권에 속하는 이 책은 우리 환민족이 동방의 부상국과 서방의 수밀이국까지 진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흑피옥 종족의 동북방 진출 과정과 멸종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이어 홍산문화가 탄생하게 된 과정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그렸다. 환웅 배달환국시대 이전에 한반도는 누가 살았는지도 알 수 있게 했다. 모두 역사적 고찰과 기후학, 지질학, 고문자학, 산스크리트언어학, 수메르 점토판 해독 등을 참고하였으므로 비록 소설이지만 역사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소설 환단원류사 '님금나무' 저자 박 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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